앵커: 더 많은 북한의 관료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경제자본을 획득하며 북한의 중산층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북한의 중산층’ 연구보고서.
보고서는 “북한의 시장이 안정화되고 규모가 커지자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시장과 결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정치적 자본이 클수록 경제자본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며 “출신성분에 따른 정치적 신분체계가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모습이 지난 20년 동안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북한 사회의 개방성을 위축”시키고 특히 “전체 중산층의 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중산층은 중하위직 간부나 관리자 집단인 ‘권력형’ 중산층과 교육ㆍ기술ㆍ보건ㆍ예술 부문에 종사하는 ‘전문가형’ 중산층, 상업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상업형’ 중산층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코로나 발생 이후 계층 내, 계층 간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특히 중산층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공식적인 사회 연결망이 부족한 ‘상업형’ 중산층이 경쟁력을 잃고 위치가 하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중산층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산층 규모의 축소는 “김정은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실현하는데 지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북한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 전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북한 중산층은 누구인가’ 월례토론회에서도 “코로나 이후 내부 경쟁이 심화돼 사회적으로 하향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중산층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15일):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또 잉여자본이 감소하면서 내부적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있고 결국 사회적으로 하향 이동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사회 변화의 동력이 저하되는 그래서 사회 역동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북한 중산층의 구체적인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중산층이 “2010년대 중후반 4인가구를 기준으로 1년 소득 700~2,000달러 정도”이며 “한달에 100달러 정도의 지출”을 할 수 있고 “소득의 10% 정도를 저축할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또 “대체로 자전거, 선풍기, 전기밥솥 등을 보유하고 있고 컴퓨터 등 고가 전자제품에 대한 보유율이 높아지며 생활양식에서 상류층과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가 북한 중산층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는데 “한국산 스타일을 복제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이 널리 유행”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등을 통한 한국 영상물의 시청이 만연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은 북한 중산층 유행의 표본”이 되고 있으며 “주거 공간 인테리어에서도 한국산을 중국산보다 고급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휴대전화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북한의 중요한 계층 분류 기준 중 하나로 부상했다며 “중산층은 가구당 한 대 정도의 휴대전화를, 상류층은 가구 구성원별로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계층 분류의 주요 기준 중 하나였던 컬러TV 보유 여부는 2010년 들어 중국산 컬러TV가 대량으로 수입돼 지표로서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영예군인, 애국희생자 가족 등으로 구성된 구 중산층과 시장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둬 생활수준이 향상된 신 중산층 간 갈등에 대해 후속적인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연구책임자는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며 박소혜 국회도서관 관장실 비서관, 이종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동연구자로, 김슬기 통일연구원 연구원이 연구지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