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1천만명 월 100달러 이상 소비 '북한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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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내 중산층이 많게는 1천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4인 가족이 한 달에 100달러 이상을 쓰고, 상당수는 휴대전화(손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이 15일 ‘북한 중산층’을 주제로 개최한 월례토론회.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 중산층이 한 달에 100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계층으로, 최대 1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 가족이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는 소득, 즉 '충분 소득'이라는 개념으로 봤을 때 한 달에 100달러에서 120달러 수준을 소비할 수 있는 정도가 북한 중산층의 소득 규모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 중산층을 권력형과 전문가형, 그리고 상업형 등 크게 세 집단으로 분류했습니다.

권력형은 당·국가·군에서 지위를 축적한 집단, 전문가형은 의료인·교육자·과학기술자 등 지식과 기술이 있는 집단, 그리고 상업형은 시장경제활동으로 부를 쌓아 중산층이 된 집단을 뜻합니다.

이 가운데 권력형과 전문가형은 본업으로는 적은 급여를 받지만 뇌물을 챙기거나 전문성을 활용해 가욋돈을 받는 식으로 돈을 번다는 설명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유엔아동기금(UNICEF)과 북한 중앙통계국이 지난 2017년 수행한 종합지표조사(MICS)에서 자산 중위 40% 가구를 중산층으로 추정했고, 이는 263만 가구 정도로 1가구당 가구원을 3.8명으로 추정했을 때 1천만 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중위소득의 75~200%를 중간소득계층으로 규정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과는 달리, 북한에는 소득 통계가 없어 자산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이들의 생활수준이 국제적인 중산층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소비 측면에선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평균 100달러를 소비할 수 있으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2016~2019년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가족이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묻는 질문에 한 달 100~120달러라는 응답이 많았다는 설명입니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내놓은 정보 보고서인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 내 이동통신 사용자 수가 전체 인구의 19%인 약 49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북한 중산층은 대체로 휴대전화(손전화)를 가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도 휴대전화가 상업 활동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소득 하위계층 일부에도 보급돼있는 만큼, 이를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중산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 중산층 소비 행태가 비교적 다양해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한 탈북민들은 양덕온천문화휴양지구,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대동강수산물식당 등을 1년에 한두 번씩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교육과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고 의복과 화장품 등의 상표가 다양해지면서 전자상업봉사망, 즉 온라인 쇼핑몰이 20여개나 개설된 것도 주목할 점으로 꼽혔습니다.

다만 북한 중산층이 사회 변혁 주체가 될 가능성과 관련해선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윁남) 중산층의 성격이나 정치적 태도를 보면 권력과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지위를 유지하는 만큼, 북한에서도 중산층이 사회변혁 주체로 성장하는 데는 당분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가 북한 중산층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선 “시장이 위축되고 잉여자본이 감소해 내부 경쟁이 심해졌다”며 사회적으로 하향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 변화 동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방문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IAEA가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 감시와 국제사회의 경각심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핵 감시 활동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IAEA 안전조치협정 이행을 촉구해 나가는 데 근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우려 등 한국과 IAEA가 협력하는 중요한 사안이 매우 많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한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상당히 우려스러운 정보들이 있다”며 핵실험장 주변에서 활발한 준비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북한이 실험 날짜를 신축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실험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