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강경발언과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 당국이 중앙당 산하 2호사업부에 전시식량을 늘리도록 지시하고 2호미(전시식량) 징수에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시, 군마다 자리하고 있는 중앙당 2호총국 산하 2호사업부는 주민용 전시식량을 비축하고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해마다 2호사업부는 지역농장에서 생산한 알곡의 일부를 2호미(전시식량)로 징수해 비축하는 데, 최근 북한이 2호미 비축량을 늘리도록 지시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중순부터 안주에 자리한 협동농장마다 2호사업부 지도원이 파견되어 농장의 통계장부를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협동농장에서 지난해 생산된 현물알곡 결산분배와 전시식량 징수 등 통계사업은 지난 11월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10월이면 협동농장의 현물알곡 총 수확량에서 군량미와 수도미(평양시민에게 공급되는 식량)를 우선 공제하고 다음으로 2호미를 공제한 후 나머지를 농민들에게 결산분배해왔습니다.
“그런데 2호사업부가 농장 통계장부를 검열하는 것은 2호미를 추가로 더 징수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미 현물알곡 국가통계는 끝났기 때문에 당국이 2호미를 더 내라 해도 농장에서는 낼 게 없다”며 “이에 2호사업부는 알곡생산량과 지출을 검열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전시식량을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검열에서 안주시 남흥리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 새해 영농자재 구입에 사용하려고 몰래 비축했던 30톤의 벼를 2호미로 회수당했으며, 앞으로 계속되는 검열에 걸리지 않는 농장간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용천군에서도 2호미를 추가로 더 징수하라는 중앙의 지시로 군 2호사업부가 지난주 초부터 농장검열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지역마다 자리하고 있는 2호창고에는 6개월 간 소비할 예비식량이 비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2호창고에는 3년 정도 소비할 예비식량이 비축되어 있었으나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며 전쟁은 3년이 아니라 수개월 안으로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2호미 비축량을 6개월 분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북한에서 군량미는 여전히 3년분을 비축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수동원총국이 관리하는 군량미를 포함한 전시예비물자가 보관된 갱도는 극비여서 물자교체 기간이 짧으면 장소 노출 등이 우려되어 비축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호미는 보관장소도 지역 내있어 상대적으로 조달하기 수월한 점도 비축 기간이 다른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새해 들어 정세가 긴장해지면서 2호미 비축량을 1년 분으로 늘리라는 지시가 하달되며 2호사업부가 급히 농장을 검열하는 방식으로 2호미 징수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농장간부들은 나라에서 영농자재를 공급하지 않으니 우리는 비료나 연료를 장마당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알곡현물을 비축해야 하는 데, 이것을 불법이라며 당국이 2호미로 강제 징수해 가면 농사가 망하게 된다”고 북한의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