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송환위기 북 남성 ‘북 대사관 보증’에도 보석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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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돈세탁 혐의로 체포된 북한 국적 50대 남성의 보석을 위해 보증까지 섰지만, 보석이 기각됐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이 북한 남성을 미국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시작됩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적 남성 사업가 문철명(Mun Chol Myong, 54세) 씨의 3번째 보석청구가 지난 23일 기각됐으며, 미국으로 그를 송환하기 위한 재판이 9월20일 시작된다고 동남아시아 전문 인터넷 매체인 베나르뉴스(BenarNews)가 지난 24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로하툴 아크마르 압둘라(Rohatul Akmar Abdullah) 판사가 23일 열린 문 씨의 보석 심리에서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문 씨의 미국 송환 재판을 9월20일부터 시작한다”(The trial will start on Sept. 20)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이날 심리에는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김유송 영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김 영사는 문 씨의 변호를 맡은 자짓 싱(Jagjit Singh) 변호사와 함께 문 씨의 보석을 허락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 영사는 자신이 북한 외교관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문 씨가 보석청구가 허가된 후에도 앞으로 송환재판을 참석한다는 사실을 보증하겠다며 보석청구를 승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파이줄 아스와드 마스리(Faizul Aswad Masri) 검사는 외교관이 가진 면책특권으로 인해, 이런 보증은 신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파이줄 아스와드 마스리 검사는 “대사관의 보증은 유효하지 않다”며 “만약 보증을 어긴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취할 수 있는 법적수단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파이줄 아스와드 마스리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문 씨의 보석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한편, 베나르뉴스 소식통에 따르면 문 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유자나무 기름인 팜유(palm oil) 산업에 관여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앞으로 문 씨의 송환 재판이 약 2개월 동안 더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씨를 돈세탁 혐의 등 6개 혐의로 기소했으며, 문 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반입이 금지된 술과 사치품 등 ‘통제된 품목’을 북한에 반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23일 심리에서 진한 파란색 셔츠를 입고 참석한 문 씨는 3번째 보석청구 기각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문철명 씨 송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오랜 관행으로서, 미국 국무부는 인도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한거나 부인하지도 않고, 진행 중인 인도요청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As a matter of longstanding practice, the Department of State does not confirm or deny if an extradition request has been made or comment on pending extradition requests.)

FBI, 즉 미국 연방수사국 관계자도 26일 미국 법무부에 문의하라고 답하며 말을 아꼈습니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도 26일 문철명씨 송환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에 질의에 “법무부는 논평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The Justice Department declines to comment.)

한편,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김유송 영사는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추방된 리정철의 석방을 돕기도 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당시 2017년 3월 김유송 영사와 증거부족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석방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면담하는 동영상입니다.

김유송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영사 : 잘했어. 수고했다. 일사불란하게끔 나간 동지들이 리정철 동무에 대해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석방) 됐으니까. 리정철:고맙습니다.

1분 10초짜리 이 동영상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인 아스트로아와니가 입수해 공개했으며, 리정철이 추방된 지난 2017년3월 3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