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 북 자금 세탁에 대응규정 이행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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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 십여년 동안 미국 은행을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관련 기관들의 규정 이행이 허술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던 2008-2017년 사이 북한이 유령회사와 중국 기업의 도움으로 미국 은행을 거쳐 자금을 세탁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20일 미국 재무부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북한의 자금 세탁과 관련해, 소유주가 불분명한 북한 관련 기업으로부터 전자송금이 며칠 혹은 몇시간 간격으로 이루어지거나, 뚜렷한 상업적 이유가 없는 거래가 대략적인 금액으로 표기돼 송금된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Wire transfers from North Korean-linked companies with opaque ownership sometimes came in bursts, only days or hours apart, and the amounts that were transferred were in round figures with no clear commercial reasons for the transactions.)

이 매체는 또 미국의 유명 은행인 JP모건과 뉴욕멜론은행 등을 포함해 미국 은행을 통해 승인된 거래가 지난 몇 년새 약 1억7천만(1억7천480만)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기간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뉴욕멜론은행은 8천560만달러에 이르는 의심스러운 불법송금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NBC방송은 이 은행의 문건을 인용해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과 마샤오훙 대표가 뉴욕에 위치한 미국 은행을 거쳐 북한에 송금하기 위해 일련의 위장기업을 활용했으며,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를 통해 북한에 수천만달러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유명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은행 역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과 연관된 11개의 기업 및 개인과 관련한 8천920만달러의 거래를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BC방송은 이러한 자금 세탁이 주로 해외 은행에 외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은행의 '대리은행 업무'(correspondent banking)와 연관이 있다며, 이들이 방대한 양의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북한과 같은 자금 세탁자들이 자신들의 거래가 쉽게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 정부는 자금 세탁 문제와 관련해 은행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관련 제재와 규정을 준수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미국 재무부도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한 조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금까지 자금 세탁을 위해 공모한 협력자들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며, 미국 정부는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은 이어 북한이 앞으로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넘어 또 다른 암호화폐인 테더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들은 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해 더 안정적이며 일부 관할권에서는 관련 규정이 느슨해 북한이 이를 악용해 자금 세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유엔대북제재위원회 전문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관련 규제 기관 등이 현재 북한의 자금 세탁을 더 엄격하게 감시할 만한 유인책(incentivized)도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회원국들이 노골적인 제재 위반 기관조차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 북한의 자금 세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또 일부 미국 은행들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책임(Due diligence)과 본인 인증(Know your customer)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NBC 방송 보도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