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된 북한 국적 사업가를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통해 북한 불법활동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9일 "미국 인도를 거부해달라"는 북한 국적 남성 사업가 문철명(Mun Chol Myong)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문 씨는 지난 2019년 5월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아파트에서 체포된 후 지속적으로 미국 인도요청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문 씨가 술과 사치품 등을 북한에 반입하고 돈세탁을 했다며 6개 혐의로 문 씨를 기소했습니다.
다만 문 씨는 북한에 팜유와 콩기름을 보내는 데 관여했을 뿐 유엔과 미국에서 금지하는 사치품은 북한에 반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씨의 변호사 역시 문 씨가 미국과 북한 간 외교적 갈등에 휘말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법정에서 범죄인 인도조약을 준수하는 것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의무라며 "우리는 (문 씨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실제 재판은 미국에서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말레이시아 대법원 역시 미국의 인도 요청 절차에 모든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법원은 지난 2019년 12월 문 씨의 미국 인도를 승인했으며 이후 지난해 10월 이에 대한 문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이날 상고심 역시 기각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곧 문씨의 미국 인도 날짜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문 씨는 부유한 외국인에게 장기 체류를 허가하는 '말레이시아, 나의 두 번째 고향 비자'(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10여년 간 거주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이슨 바틀렛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국적자가 돈세탁으로 미국에 인도된 전례가 거의 없다며 이는 미국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습니다.
바틀렛 연구원: (미국으로의 인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특히 말레이시아에 매우 중요합니다.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은 돈세탁, 사이버 범죄, 마약밀수, 제재 품목 불법거래 등 북한의 수많은 불법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도는) 말레이시아를 따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내 북한의 불법 활동을 단속하는데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도 합니다. (That is incredibly significant because Southeast Asia, especially Malaysia, has operated as a hub for a myriad of North Korea illicit activities, including money laundering but also cybercrimes, drug trafficking and the illicit trade of sanctioned goods…. It sends a message directly to Southeast Asia that they should also follow Malaysia's stance and take a harder approach towards cracking down on North Korea illicit activities within their jurisdiction.)
바틀렛 연구원은 또 이번 송환을 통해 미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으로 북한의 불법 활동을 겨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역시 인지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문 씨의 기소 혐의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 미국에서의 재판이나 처벌 등에 대해서는 추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법률회사(GKG law)의 올리버 크리스칙 변호사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재 회피와 돈세탁 혐의로 북한 국적자를 미국에 인도하게 된 것은 미국 정부의 승리"라며 이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이번 범죄인 인도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미국 영토 밖에서라도 제재 회피를 위해 돈세탁에 관여한다면 위험할 것이라는 중요한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국 법무부 측은 9일 문철명 씨 송환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오랜 관행으로서 법무부는 수배자가 미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범죄인 인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As a matter of long standing policy, we don't comment on extradition surrenders until a fugitive has been returned to the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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