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북한인 문철명, 감형협상 시도…“검찰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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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북한인 문철명이 자신의 무죄는 계속 주장하지만 검찰의 증거는 인정하는 방식으로 형량 합의에 나섰습니다. 미 검찰 측은 문 씨의 요청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일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문철명의 변호인단은 지난달 31일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앨포드 플리’(Alford Plea) 방식의 형량 조정을 요청했습니다.

‘앨포드 플리’란 피고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판사나 배심원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큼 검찰의 기소에 충분한 증거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피고가 감형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처럼 무죄를 주장하지만 감형받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는 문 씨의 ‘앨포드 플리’ 요청에 검찰이 현재 반대하고 있다고 문 씨 변호인단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과거 판례를 근거로 검찰 측의 반대에도 재판부가 피고인의 ‘앨포드 플리’ 요청을 승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씨 측은 이번 문건에서 ‘앨포드 플리’를 주장하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문 씨가 말레이시아와 미국 워싱턴DC에서 3년 넘게 구금돼 있었다며, 특히 문 씨가 수감된 워싱턴DC 구금 시설은 코로나 이후 최소 3번 이상 격리 조치가 취해졌으며 환경도 열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문 씨의 아내가 암 진단을 받아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어 문 씨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문 씨가 구금된 기간 검찰 측이 제시한 관련 자료와 정보를 모두 검토한 후 변호인의 ‘앨포드 플리’에 대한 조언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 씨의 현 상황을 비롯해 변호인이 입수한 정보, 검찰 측 주장의 설득력과 재판에서 변론 진행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문 씨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변호인의 조언을 문 씨가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한림국제대학원 미국법학과의 김영민 교수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앨포드 플리’가 흔한 합의 방식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의 경우 요구되는 혐의 입증 수준이 상당히 높지만 그럼에도 검찰 측 증거가 배심원들에게 합리적 의심을 넘어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피고에게 불리한 정황인 경우 피고가 이 같은 합의를 요청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 검찰이 문 씨의 ‘앨포드 플리’ 요청을 반대하는 것은 문 씨의 유죄 인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 : 기본적으로는 정의라든가 상식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이게 문제가 될 수가 있죠… 나중에 '(검찰의) 강압에 의해서 이렇게 혐의를 인정한 게 아니냐' 그런 억측이 나올 수가 있잖아요.

실제 미 법무부는 ‘연방기소원칙’에서 가장 예외적인 상황 이외에는 ‘앨포드 플리’를 피해야 하며, 많은 경우 대중이 사건에 대해 의심스럽거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피고가 유죄를 시인하는 것보다 배심원들의 판결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문 씨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과 함께 사치품을 북한에 반입하고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이에 따라 문 씨는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돼 지난해 3월 미국으로 송환됐고, 문 씨는 북한인이 미국에 인도된 사상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현재 문 씨의 변호는 국선변호인과 프로보노, 즉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인이 맡고 있습니다.

한편 문 씨에 대한 법원 심리는 오는 4일 화상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