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중단…재정난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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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야심차게 준비해 관광객까지 모집하면서 최근 개막했던 집단체조 행사가 잠정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홍알벗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개막식을 가졌던 집단체조 공연 ‘인민의 나라’의 향후 공연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당시 개막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을 불러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고 그릇된 창작 창조기풍 등을 비판한 것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다른 이유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Asia Press)는 6일, ‘인민의 나라’ 공연 중단 결정은 참가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형편없는 대우 때문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함경북도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측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인민의 나라’ 공연 참가자들의 60% 정도를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충당했는데 이들에게 끼니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이시마루 대표: 아이들 중에서 60% 정도가 지방에서 뽑힌 아이들이었는데, 지방 학생들에 대한 식사공급이 정말 열악해서 아이들이 울면서 전화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연 참가 학생들이 먹은 식사라고는 매 끼마다 중국 쌀로 지은 밥 160그램에 소금에 절인 무와 배추 약간이 전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양으로 자식을 보낸 지방의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간식을 사 먹으라고 돈을 따로 챙겨 보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부모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어야 합니다.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공연 인력 동원 관계자는 ‘지금은 연습 중이라 식사가 불충분 하지만, 본 공연이 시작되면 공급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취재협력자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감기나 대장염 등 질병에 걸리는 학생들까지 늘면서 중도에 공연 연습을 할 수 없게 된 학생이 늘어나게 되고, 집단체조 공연의 완성도에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결국 공연 중단으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연습기간이) 며칠 밖에 안 되면 (식량) 공급량도 얼마 안되고 하니까, 학생들에게 "참아라" 하면 되는데... 배고픈 상태에서 집단체조에 참가를 시키면 당연히 내용도 (부실해지고)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쓰러지는 아이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북한 전문가들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극심한 식량부족 등 열악한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무리하게 대형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어린 학생과 주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당초 ‘인민의 나라’ 공연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있는 10월까지 공연을 계속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개막공연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 때문에 집단체조가 오는 10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