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북, 폭염·가뭄으로 식량난 가중 가능성”

북한에서 지난 12일부터 폭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바닥이 갈라진 농경지의 모습.
북한에서 지난 12일부터 폭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바닥이 갈라진 농경지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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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그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폭염으로 농작물들이 가뭄 피해를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북한.

이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북한의 전국평균 강수량은 21.2mm로 평년의 25.8%에 그쳤고, 이는 1981년 이후 기상관측치에 의하면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린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도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최근 들어 폭염이나 가뭄 등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북한의 곡물생산량을 포함한 전반적인 식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염과 가뭄이 북한의 식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미 대북제재와 감염병 사태, 지난해 홍수·태풍 피해 등으로 식량난이 예견된 상황에 현재의 폭염과 가뭄, 그리고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쯤 다시 태풍과 수해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에서는 매년 여름, 8월 말에서 9월 초쯤 발생하는 수해·태풍이 가장 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기가 오기도 전에 봄의 일조량 부족과 마른장마로 인한 가뭄, 그리고 이상 고온 현상 등 기후 재난이 닥쳤기 때문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지난봄에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일조량이 적었고, 장마철에는 비가 적게 내려 마른장마가, 그에 이어서는 곧바로 폭염과 가뭄이 찾아온 상황이라며 당장 농업용수 부족부터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지난 23일 열린 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현 상황에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태풍 피해가 발생하면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를 막기 위한 국경 봉쇄가 지속된다면 방역 때문에 경제 기반이 붕괴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이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신형 코로나 방역과 경제 기반의 붕괴를 맞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북·중 국경 일부 개방이나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지원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북한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이 목표치에 미달했고, 현재 인민들의 식량 상황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공개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 초 북한의 2021년도 식량 부족분을 100만 톤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