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외무역, 코로나19로 악화...성장률 회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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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북한의 무역을 크게 위축시켜 경제 성장률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열린 ‘남북협력기금 3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올해 들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인한 북한 경제 대외 부문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코로나 시기 북한의 대외무역과 경제적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신형 코로나가 북한의 수입 규모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에는 직전 기간 대비 91%,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83%의 수입량을 유지했지만 신형 코로나로 인한 감소폭은 훨씬 커 21% 수준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특히 종전과 달리 소비재 수입마저 줄어든 점을 지적했는데, 이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소비재의 양은 대북제재 후에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었지만 신형 코로나 발생 후인 2020년에는 전년 대비 81%나 급감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출에서도 마찬가지로, 2020년 전기 에너지가 대중국 수출품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그만큼 다른 품목들의 감소폭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신형 코로나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 등으로 지난해 북한의 무역이 멈춰선 뒤에도 북한의 수출과 수입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지난 7월 통계에서도 이 같은 감소세는 지속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북한의 대외무역 악화 추세가 계속되면 통계적으로 큰 상관관계를 갖는 경제 성장률 회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규 KDI 선임연구위원:결국 대외무역 악화는 경제 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2021년도에도 무역 증감률이 계속 낮게 나타난다면 경제 성장률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장마당 등 북한 경제 비공식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경제 성장 동력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개인의 책임 있는 경제활동이나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 등을 내세워온 것으로 볼 때 장마당 통제가 사회주의 복원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2021년이 신형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되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한편, 질서 있는 시장화가 진전될 수 있을지 가늠할 북한 경제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당국이 북중 무역 재개와 외부의 인도적 지원 수용 등에 대한 태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위원 연구위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외부의 평가와 달리 북한의 식량난, 경제난이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와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식량 형편의 ‘긴장’ 상황이란 현상보다는 닥쳐올 어려움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독려하는 의미라는 설명입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내 자연 재해 등으로 식량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년 대비 상대적인 개념으로 북한에서의 '긴장'은 여유가 없는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비와 독려 차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현재 북한 경제가 처한 핵심적인 문제는 오히려 신형 코로나로 인해 빈곤 국가 특유의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품목 다양화와 부가가치 창출로 공산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반면, 곡물 가격은 장기간 같은 수준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도농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외부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외 정책 순위에서도 상당히 밀려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에 북한이 처한 어려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