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풍 피해 심각...수해 복구 등 인도적 지원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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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함경남도 검덕지구를 북한이 자체적으로 복구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수해 복구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함경남도 검덕지구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를 연말까지 완전 복구하라고 군에 명령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오일석·최용환 연구원은 21일 ‘북한 검덕지구 수해 지원을 남북협력의 계기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북한이 함경남도 검덕지구 태풍 피해를 자체적으로 복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함경남도 검덕지구는 철강 산업에 필요한 연, 아연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마그네사이트가 매장돼 있어 북한에서는 ‘금골’, ‘돈골’ 등으로 불렸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달 초 9호 태풍 ‘마이삭’에 따른 수해 때문에 검덕광업연합기업소의 경우 20~25%, 룡양광산의 경우 20~30% 정도의 생산량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연과 아연의 생산 감소는 선박과 자동차, 건설기계 등에 사용되는 강판 생산에도 영향을 줘 북한의 다른 산업 분야는 물론 대중국 수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중무역 의존도가 높은 북한 입장에서는 대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물과 금속 생산 감소가 국가경제에 대한 지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검덕지구 복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 위한 도로와 철도, 다리를 복구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대북제재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상황과 신형 코로나 방역 등을 이유로 외부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예상치 못한 태풍 피해를 입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현 상태에서 피해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정도의 응급 복구일 것이라며, 완전한 복구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평양에서 당원들을 중심으로 2개 민간인 사단을 편성해 피해 지역에 파견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자체적으로 가능한 복구까지는 최대한 해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 표명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함경남도 지역의 태풍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컸고 북한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응급 복구, 현 상태에서 더 이상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복구입니다. 근본적인 복구까지 가려면 특히 중국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 의사를 다시 한 번 표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남북 협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으로, 한국 정부도 북한이 입은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 (지난 5일): 자연재해는 비정치적·인도적 분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정보공유 등의 기초적인 협력이라도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우선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방역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방역물품 제공을 제안하는 방안과 함께, 대북제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수해로 파손된 광산 일대 주택을 복구하고 유실된 도로와 철도, 교량을 개량하는 사업을 인도적 지원의 하나로 추진하는 방안도 시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합의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을 합의의 틀 안에 남겨둘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한국이 합의 이행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