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내년 봄 이후 북한 내 식량난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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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내년 봄 이후 북한 내에서 식량난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한국 국회에서 통일부를 대상으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내년 봄 이후 북한 내 식량난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초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상황에 태풍까지 겹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 올해 신형 코로나 상황도 있고 수재나 태풍 피해 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년 봄을 지나면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한국 통일부가 WFP, 즉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지원하는 부분 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원책은 없다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정치·군사·안보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8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남북협력기금으로 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 사업에 1천만 달러를 지원하는 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지만, 북한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지원하려 했던 쌀 5만 톤을 비롯해 현재까지 한국 측의 WFP를 통한 식량지원을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남북이 감염병 등 재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특히 신형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이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즉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한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 신형 코로나를 중심으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북한도 경직된 방역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신형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등장하면 북한이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이라며 국경 폐쇄 등 모든 통로를 닫아놓은 현 상황과는 다른 태도로 나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남북이 접경지역의 감염병이나 기후위기와 같은 공동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남북접경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한 국회의원의 제안과 관련해서는 “재난재해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출범과 북한인권재단 설립, 남북인권대화 추진 등 지난 2016년 한국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의 핵심조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법정 사항으로 장관으로서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느냐”며 향후 관련 법 집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은 북한 당국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 범죄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처벌 근거로 삼고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지만, 한국 국회에서 이사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재단 이사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재단 출범마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인영 장관은 최근 일어난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북한이 여전히 한국 측의 공동조사 등 협력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양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을 언제까지 기다릴지를 묻는 질문에는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통일부가 다음 달부터 판문점 견학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선 정권에서도 그와 관련한 심각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7~10일이 지나면 견학을 재개해왔다며 주한유엔군사령부 측에서도 현재의 신형 코로나에 대한 우려보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가라앉은 현 시점에 관리가 가능한 선에서 조기에 견학 재개를 요청하는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우려로 판문점 견학을 중단했지만 다음 달 4일부터 중단 1년 1개월 만에 견학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