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4월, 코로나19 인한 북 경제난 가시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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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북한의 경제난과 그에 따른 식량난이 내년 3~4월쯤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서울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2020 대북협력 국제회의’.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이 회의에서 내년 초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한의 경제난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국경봉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의 경제난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사자 발생이나 주민 소요 관련 뉴스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현 상황이 괜찮다고 해서 이대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감염병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는 한편 무역과 인적 교류마저 사실상 중단한 배경에는 아직 신형 코로나 관련 상황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당국의 판단이 깔려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까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최장호 팀장의 설명입니다.

최 팀장은 북한이 현재 식량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비축미 등을 이용해 버티고 있지만 내년 3~4월이 되면 경제난이 가시화되면서 중대한 기로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 팀장은 지난 2016년과 비교해 북한의 대중수입은 78%, 대중수출은 98% 감소해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수입이 신형 코로나 발생 이후 6월까지는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하반기 무역 재개를 기대하며 신형 코로나 사태 장기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산업별로는, 다른 품목 수입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농산물 수입은 그나마 감소폭이 적어 전체 수입량에서 농산물 수입이 차지한 비중이 기존의 10% 내외에서 45%까지 급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지난 2019년까지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섬유 가공품을 밀수출하기 위한 원부자재 수입이 상당량 이뤄졌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중단됐고, 올해 북한의 의약품 수입량이 늘었다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신형 코로나 확산 방지와 평양종합병원 건설로 인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2017년과 비교해 수입량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해보면 북한의 올해 식량과 의료용 자재 수입은 평년 대비 40%정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최 팀장의 설명입니다.

북한 내에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감염병이 만연한 상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북한 보건의료 연구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내에 신형 코로나 확진자 대신 ‘의진자’, 즉 검사를 통해 진단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발생은 세계보건기구(WHO)에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며 북한이 확진자는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의진자 지표를 갖고 감염병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영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 :북한 내에 공식적으로 신형 코로나 환자는 없는 상황이지만 의진자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신형 코로나가 만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 교수는 북한이 지난 10월 ‘비상방역법’을 제정해 감염병 사태를 1급, 특급, 초특급으로 분류한 뒤 이달 들어 상황을 ‘초특급’으로 격상한 점을 언급하며 겨울에 들어서면서 북한 내에 신형 코로나가 집단으로 발병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 교수도 신형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북한 내 식량난이 가중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 내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 방역전문가 간 화상회의를 열어 정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임형준 한국사무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신형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기아가 전 세계를 덮칠 것으로 우려하면서 북한 내 식량난 악화를 전망했습니다.

임형준 세계식량계획 (WFP) 한국사무소장:세계적으로 위급한 수준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올해 초 1억 3천여만 명에서 내년 초에는 2억 7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단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임 소장은 이미 지난해 북한 내 식량난 악화로 식량 부족량이 136만 톤에 달한 상황에 신형 코로나와 수해가 겹치고 국경 봉쇄 등으로 이동까지 어려워지면서 북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국경 봉쇄와 항구 봉쇄 등으로 식량 생산에 필요한 종자와 비료 등 관련 물자 반입이 힘들어지고 영유아와 임산부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던 구호단체들이 북한 내 활동을 멈춘 것도 이 같은 상황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