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유엔 VNR 보고서, 대북지원 호소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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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통일부가 북한이 최근 유엔에 자국의 식량난과 의약품 부족 현상 등을 자인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외부에 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5일 북한이 최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에너지·식량·식수위생 문제 등을 언급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제들이 우선 관심 분야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그동안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즉 전단팀을 만드는 등 보고서 작성을 위해 나름의 준비과정을 거쳐왔다며 대북 지원을 시급히 받기 위해 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SDGs 이행에 있어 국제사회의 용어나 기준을 수용하려는 태도나 북한의 국가경제발전계획에 이를 연계하려는 시도 등도 보여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할지라도 보건 의료와 식량 분야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자인했다는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중대 사건까지 이야기를 했거든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내부에서 발생한 겁니다. 의약품 내지는 방역 문제로 중대 사건을 얘기했고, 또 식량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약품 등 보건 의료와 식량 두 가지 분야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북한에서 이미 인정을 한 것이거든요.

앞서 북한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화상으로 참여해 곡물 생산계획의 차질과 백신(왁찐) 등 필수 의약품 부족을 인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VNR은 지난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회원국이 SDGs 이행 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발표하는 제도로, 북한이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에 리영길 전 사회안전상을 임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관련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아니지만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 사진에서 도열 위치나 군복의 형태 등을 살펴볼 때, 리영길이 국방상으로 임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리영길이 기존 사회안전성의 녹색 견장이 아닌, 육군의 적색 견장을 두른 차림이었고, 도열 위치 역시 앞선 유사 행사에서 국방상의 위치였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지난 9일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사회안전상 리영길이 군으로 복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일부는 리영길이 떠난 사회안전상 자리에는 지난 8일, 녹색 견장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전임 사회안전상인 김정호의 복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군 고위급 인사와 관련해 공안 세력에 의한 야전 세력에 대한 일종의 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가비상방역을 명분으로 리병철과 박정천, 김정관 등 야전 라인은 문책을 받았지만 군 총정치국장과 국가보위상, 사회안전상 등 공안 라인은 건재하다는 것이 조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처벌받은 사람들은 모두 전형적인 야전 라인이기 때문에… 야전 라인은 사실 방역과는 관계가 없어요. 그렇게 보면 아마 전략비축미, 식량 관리 부실 이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하고, 서열 2위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계급을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하는 등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