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결핵 치료를 위해 북한 내 활동 지역을 확대하도록 허용했다고 국제 대북 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이 밝혔습니다.
서울의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은 지난 9월 2일부터 24일까지 북한 내 결핵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유진벨재단은 17일 방북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대한 결핵약 지원품 제고가 오는 2020년 6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 결핵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보다 훨씬 무서운 병입니다. 북한의 결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펀드, 즉 세계기금과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가 노력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결핵 문제 해결의 대안은 한국입니다.
유진벨재단의 스티븐 린튼 회장은 북한 당국 역시 결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방북에서 북한 당국이 평양 내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던 진단 활동을 평양 바깥 지역으로 확장하도록 도와주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에서 재단이 결핵 퇴치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환자의 등록과 치료 등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유진벨재단은 앞으로 다제내성 결핵 조기진단사업을 북한 내 모든 시와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진벨재단은 해마다 두 차례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다제내성 결핵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고 환자들의 경과를 확인해왔습니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두 약제인 아이나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겨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이러한 내성 때문에 주로 2차 항결핵약제를 사용하는데 효율이 낮고 치료 기간도 18~24개월로 긴 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한 내 결핵환자는 13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천 명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환자로 집계됐습니다.
유진벨재단은 이번 방북 기간 동안 약 700명의 환자를 새로 등록했으며 현재 치료받고 있는 북한 내 결핵환자는 모두 1800여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제내성 결핵을 검사하는 장비인 진엑스퍼트(GeneXpert) 8대를 북한으로 가져가 평양과 개성, 남포, 평안도와 황해도 등 모두 21대를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 반출금지 품목인 진엑스퍼트를 북한으로 반입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의 승인이 필요하며 북한 의료진에 대여해주기 위해선 미국 상무부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스티븐 린튼 회장은 현재 미국 상무부로부터 진엑스퍼트 80대를 추가적으로 북한에 대여해줄 수 있는 면허를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진벨재단은 글로벌펀드, 즉 세계기금의 북한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사업 수행자로도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 (세계기금의 북한 결핵 퇴치 사업과 관련해) 일반 결핵 치료는 이전처럼 유엔아동기금(UNICEF)이 담당하고, 다제내성 결핵 치료의 경우 유진벨재단이 맡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에 따른 예산도 책정됐습니다.
앞서 글로벌펀드, 세계기금은 지난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4천170만 달러를 보조금 형태로 대북 인도주의 구호기구에 지원하는 것을 이사회에서 승인했으며 현재 자금 지원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기금은 지난해 7월 북한 내 지원 물자 배급과 효율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결핵과 말라리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게 됐습니다.
유진벨재단은 앞으로 3년 동안 세계기금으로부터 전체 기금의 30%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현재 세계기금과 북한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북한으로 반출된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물품은 결핵약과 이유식, 분유 등 모두 963만 달러 상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