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GWIKS)는 16일 코로나19가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화상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재미한인의료협회(KAMA)의 박기범(Kee Park)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그 자체보다 국경 봉쇄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경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으로 북한 내 빈곤 수준이 높아지고 보건 체계가 후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 (국경 봉쇄로) 공급망과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고, 사람들이 이전만큼 병원에 가지 않게 되면서 북한의 보건 체계가 후퇴할 수 있습니다. (There's also a degradation of health system due to supply chain issues, essential health services, delays in seeking care, people aren't going to the hospital like they used to.)
박 교수는 또한 국경 봉쇄로 인도주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코로나 관련 정책으로 북한 주민 9만3천 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코로나 발병시 최악의 경우 약 15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의 분석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차지호 교수 역시 이날 회의에서 국경 봉쇄가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에서 암시장에 의존하는 비공식 의료 시장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국경 봉쇄정책이 이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비공식 의료 시장에 의존하던 북한 주민들과 그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크게 영향을 받아, 보건체계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교수는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남∙동 아시아 지역 국가들 중 북한이 가장 노인 계층의 비율이 높고, 비전염성 질병(non-communicable disease)과 영양실조의 비율 역시 높아 북한 주민들이 더욱 전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경남대학교의 임을출 교수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 내 시장 활동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 특히 상인들의 이동성 제한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의 제조업과 관광, 중국에서 자재를 들여와 재화를 가공하는 임가공 등의 산업도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군수산업 관련이나 중앙당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는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비공식 무역을 통해 확보했지만, 시장 활동과 관련한 일반 물자는 비공식 무역조차 거의 중단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 역시 코로나19 이후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소비재 수입량이 매우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무역업자들의 수입이 줄어들고 생활 수준이 낮아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더 강력한 통제와 외화 유출 방지 등으로 북한 당국에는 약간의 이득도 있었겠지만, 북한 경제가 현재 시장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수입∙수출이 감소한 현 상황은 결국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응과 관련해,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김 위원장이 최근 한국 공무원 피살사건 이후 한국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언젠가 대남 외교적 관여를 다시 시도하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