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이 북한의 봉쇄 조치가 풀리는 대로 대북지원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8일 현재 북한에 상주하는 인력이 있지만 이들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로 인해 이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의 강원도 등이 주최한 평창평화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의 봉쇄 조치가 풀리는 대로 세계식량계획이 예전 수준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 우리는 북한에 25년 정도 있었고 현장에서 가장 넓은 활동 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지도자들과 매우 실용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봉쇄가 풀리는 대로 예전 수준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We’ve been there for about 25 years. We have the biggest largest footprint on the ground. I have met with leaders there and had very practical, frank discussions. We are hopeful that we would be back in operating capacity like we were before as soon as they open back up.)
비즐리 사무총장은 다음달 쯤 혹은 신형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는대로 북한을 다시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의 유입과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내부 이동 또한 제한해왔습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2월 이러한 방역 조치로 인해 평양에 상주하던 국제구호기구의 외국인 직원들이 대부분 철수했으며 남은 인원은 세계식량계획 2명과 아일랜드 비정부기구인 ‘컨선 월드와이드’ 1명 뿐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해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한국의 쌀 5만톤 지원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해당 사업을 위해 지난해 7월 세계식량계획에 송금한 1천177만 달러가 북한의 거부로 집행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이를 전액 환수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농업 생산성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허성기 한국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은 7일 포럼에서 북한의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농기계 등 기반시설 부족과 그로 인한 수확 후 손실을 꼽았습니다.
허성기 한국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 농사를 잘 지어놓고도 거의 30%를 버려야 되는 상황이 북한에서 가장 어려운 현실입니다. 며칠 동안 사람의 손으로 수확하고 낟가리로 세워놓고 하다 보면 낮에는 새가 밤에는 쥐가 먹습니다. 비까지 오면 곰팡이가 모두 없애버리는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고요. 북한이 한국의 55% 정도의 생산성 갖고 있지 않나...
그러면서 남북간 농업협력 추진 시 기반시설 구축, 그리고 북한의 실정에 맞는 품종과 재배기술 등의 도입 측면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 내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식량 공급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식량 접근성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어떻게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서 필요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겠는가의 문제에 협력의 초점을 둬야 할 겁니다. 경제운영 시스템에서 북한이 계획보다는 시장의 요소를 적게 도입하고 있습니다만 시장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하고 시장을 통해서 우리가 협력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은 농업 분야에서의 개혁∙개방 속도와 강도를 높이고 외부 자원과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태진 원장은 제언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말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공개한 국제식량안보 관련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북한 주민 63퍼센트 가량이 영양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엔은 성인 한명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섭취해야 할 기본 식량의 열량을 2천100킬로칼로리(㎉)로 정하고 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성인이 섭취한 열량은 평균 445킬로칼로리(㎉)가 부족했습니다.
또 지난해 북한 주민들의 총 식량 부족량은 약 104만 6천 톤으로 추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