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내부의 열악한 보건 상황으로 인해 한국과 국제사회의 방역 협력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기구 및 구호단체들이 북한과 ‘코로나 19’, 즉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 협력에 관한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의료인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방역지원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당국이 외부 전문가들에 북한의 열악한 보건실태를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자들을 검사하게 되면 다른 전염병이 걸릴(발견될) 수 있잖아요.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후진적 질병들이 국제사회에 널리 공개되겠고. 북한 주민들의 말 그대로 처참한 삶의 환경들, 생활 수준이 공개되겠고. 북한 주민들의 삶의 환경 자체가 후진국 질병들이 발생할 수 있는 정말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이 확인되잖아요.
북한이 자랑하는 사회주의 보건의료의 우월성에 정 반대되는 실상을 섣불리 공개할 리 없다는 말입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26일 북한 내 코로나 19 발생 방지를 위해 북한 당국이 보건 전문가와 인도주의 활동가에게 완전하고 제약없는 접근을 허용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1999년 탈북해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은 한의원장도 북한 당국이 내부 의료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줄곧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현재 의료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 교수는 또 북한이 국제사회에 방역물자 지원을 요청하고 최근 외부 자원봉사자들의 출입을 허가한 것을 국제사회의 의혹과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 만약에 (국제사회의 지원제안 거부 소식이) 퍼지게 되면 북한 내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나 국제사회의 비난, 이걸 피할 수 없잖아요. 국소적으로, 국부적으로 조금 더 오픈시키고 지원을 요청한 것 같고. 그러니까 이거는 예비 장치죠. 만약에 사태가 커지는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는 (방역 지원 요청을) 했다, 그래서 또 요구한다 이런 식으로.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지난 7일 북한 당국이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평안북도 등 중국 접경 지역 인근 4개도에 ‘전염병 통제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