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의 산업 생산과 주민 후생의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1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사실상 봉쇄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는 북중간 공식 무역을 사실상 중단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외화 고갈 등 경제적 원인보다는 연말, 연초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방역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러한 무역 중단 조치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지속된 국경 봉쇄로 수출입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이는 원부자재와 소비재 공급 감소로 이어져 산업생산 둔화와 북한 주민의 후생 악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기간 산업인 화학, 금속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화학 부문에서는 지난해 플라스틱 수입액이 전년대비 약 87% 감소해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의 생산도 크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크스 등 철강 생산 관련 품목의 수입도 전년대비 최소 75% 이상 감소해 2020년 철강 생산 여건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화학∙금속 부문의 주체화, 자립화를 강조하며 해당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무역이 일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1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금속∙화학 부문의 국산화를 위해선 기술 혁신 그리고 상당한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지난 1월 14일):결국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체 기술 혁신 그러니까 어렵지만 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것과 함께 무단 이용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제 그 모방하는. 이 두 가지인데 이것도 여전히 상당히 고강도의 계속 역량이 축적돼야 하는데 이게 돼야 금속 화학 부문의 국산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농업 부문에서는 대두유, 밀가루, 당류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김정은 총비서가 추진했던 식품 분야 국산화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생산된 식료품의 종류와 양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의 후생도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용 용도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재와 중간재 수입 규모는 전년대비 각각 80%, 81% 감소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북한의 생산역량 저하와 함께 장마당 내 물품 수급 악화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신형 코로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2분기부터는 식량, 의약품, 세제 등의 민생용품을 중심으로 소규모 북중 무역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1월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북중 간 공식 교역액은 전년 대비 80.7% 감소한 5억3천905만9천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0월, 11월, 12월에는 북중 교역량이 전년 대비 98% 이상 감소해 북한이 사실상 공식적 북중 교역을 중단했음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