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자력갱생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고난의 행군 후 북한 경제의 회복을 이끈 것은 장마당 활동과 대외 교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30일 KDI 북한경제리뷰에 실린 보고서에서 북한의 자력갱생 등 쇄국주의적 정책은 북한 경제를 침체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의 회복을 이끈 것은 장마당에서의 북한 주민의 자생적인 경제 활동과 중국, 한국 등의 외부 투자와 교역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규철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위성사진에 찍힌 북한 내 야간 불빛의 양을 바탕으로 북한의 지역별 1인당 총생산(GDP)을 추산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서북지역은 북중교역과 이로 인해 성장한 장마당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역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북한의 한국 접경지역은 남북교역,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제협력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경제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동북지역은 북한 당국이 역점을 두었던 중화학 공업이 밀집한 곳임에도 상대적으로 장마당 활동 그리고 외부와의 교역과 투자가 부족해 회복의 모습이 크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김규철 부연구위원은 전력, 금속, 화학 등 북한의 전통적인 주력 산업은 북한 경제가 회복되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사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을 반전시키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나가려면 장마당으로 촉발된 시장경제를 폭넓게 수용하고 외부와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당면한 경제난에도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30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평가와 전망’ 세미나에서 지난 10년 간 김정은 체제의 주요 경제 정책들은 북한의 자력갱생 역량 확보에 집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신형 코로나 상황 또한 수입량을 줄이고 자력갱생 역량을 강화할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 :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을 오히려 내부에 만연한 수입병을 없애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서 자립경제와 자력갱생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립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북중 교역 규모도 확대할 수 있음에도 확대하지 않고 이를 전략적으로 조절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북한은 앞으로 시장화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과학기술과 금속, 화학 등 주력 산업 발전을 통해 국산화, 재자원화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