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대응 관련 북한에게는 검사설비 개발보다 백신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유전자증폭(PCR)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고 밝힌 북한.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의 시민평화포럼이 주최한 ‘북한의 인도적 위기와 남북협력의 길’ 정책포럼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북한의 신형 코로나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북한에게는 신형 코로나 감염자를 발견하는 것보다 백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북한의 PCR 개발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발견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도 발견해봤자 백신에 최종적인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PCR이 주는 영향보다는 역시 백신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북한의 백신접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신영전 교수는 콜드체인 등 백신 운반 또는 보관 상의 어려움보다 북한이 선호하는 미국산 모더나, 얀센 등 백신의 대량 확보가 어려운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85만명 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상황이지만 이는 북한의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이 작아 북한이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신 교수는 또 북한이 2천만명 분 상당의 백신이 대량 제공되어야 비로소 관심을 가질 것으로 내다보며 이 같은 대규모 백신 지원을 위해선 한국, 미국, 중국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이 가입되어 있는 동북아보건의료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세계보건기구(WHO) 또는 국내외 비정부기구를 통해 백신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의 식량 상황 악화의 영향이 취약 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부터 북중 국경 봉쇄로 인해 식량 수입, 밀수, 지원이 모두 어려워졌다며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1990년대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최악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쌀과 옥수수 등 주식 작물의 공급량 감소로 북한 내 취약계층이 직접적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2021년 북한 식량 사정은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0년대와 같이 아주 심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식량 사정 악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나 식량공급 감소의 여파가 결국엔 하층 주민들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공개된 '북한의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에 국제협력과 원조 등 모든 필요한 조치들을 동원해 모든 북한 주민들에 차별 없이 신형 코로나 백신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또 북한은 외교 인력과 인도적 지원 관련 종사자들이 북한에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신형 코로나 백신 접종 계획과 맞물려 가능한 속히 인도물자 분배 체계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코백스는 올해 초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9만2천 회분을 배정하고 최근 중국산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을 추가 배정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