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과학기술 관련 행사들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다수는 당의 정책 집행과 사회적 분위기 형성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김정은 시대 과학기술행사 열풍’ 보고서.
보고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과학기술행사 개최와 참여를 독려함에 따라 북한에서 매년 과학기술행사가 활발히 개최되고 그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첨단과학기술 성과를 제때 도입하고 적은 노력과 자금으로 과학기술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과학기술행사 열풍이 실질적 경제 재건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며 당 간부들의 ‘눈가림식’ 업무 관행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행사에 출품된 시제품이 먼 지역에서 공수한 원료를 가지고 생산되면서 대량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변상정 수석연구위원은 그 예로 지난 9월 지방의 종합식료공장에서 만든 여러 종의 식료품들이 도 주최 ‘인민소비품전시회’에 출품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원료 부족으로 생산하지 못했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많은 과학기술 행사가 과학기술 발전과 제품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당의 정책 집행 관철과 사회적 분위기 형성을 위한 의무적 행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고강도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가 장기화됨에 따라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와 재자원화 압박이 간부들에게 가중된 것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가 전략의 근본적 전환 없이 간부들의 의식 변화와 업무 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변상정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발표한 ‘김정은 시대 과학기술 정책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달성이 실패한 원인으로 과학기술이 경제사업을 견인하지 못했음을 언급한 것은 개방 없는 개혁의 한계를 반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김정은 정권이 국방과학기술과 군수공업부문 목표와 과업의 ‘무조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며 민생경제 개선보다 군수공업 발전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수산, 수의축산, 금속재료, 화학재료, 전력공업, 정보 등 분야 관련 전국적 과학기술 발표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