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생산성과 관련이 없는 건설 투자에만 집중함에 따라 북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건설과 설비 분야 등 지금까지 축적돼 온 전체 고정 자산의 규모, 즉 자본의 양을 의미하는 자본스톡이 2000년대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8년 들어서는 지난 1989년보다 그 규모가 24%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자본의 증가가 북한의 경제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른바 ‘보여주기식’ 건설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어 향후에도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 같은 분석은 조태형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과 김민정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가 9일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통해 내놓은 ‘북한의 자본스톡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자본 가운데 건설 자산과 설비 자산 간 자본량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설비 분야에 투입한 자본의 규모가 건설 분야에 사용한 자본의 규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자본 가운데 설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합니다. 같은해 북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추정한 건설자산의 경우는 358%, 설비자산은 33%입니다.
조태형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봤을 때 북한이 생산활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과시, 선전 등과 관련된 (건설)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태형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 : 건설투자가 어느정도 규모로 이뤄졌다면 설비투자도 그에 맞게 이뤄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건술투자 위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이는 (북한 당국이) 과시용 건물이라든지, 선전용 구축물이라든지 생산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보고서는 북한이 앞으로도 대북제재 등으로 설비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놨습니다.
보고서는 “고강도 대북제재로 인해 최근 북한의 자본재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설비자산 축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기존 설비의 효율 저하와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북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는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자본도입과 대외 개방을 꼽았습니다.
특히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 다자 간 지원기구를 설립하는 방안과 함께 북핵 6자 회담의 당사국들,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대북 개발 자금 지원도 제안했습니다. 국제금융공사(IFC)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에 의한 대북 기술 지원도 언급했습니다.
조태형 실장은 “북한이 설비자산을 수입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것”이라며 “다만 북한 당국이 하루 속히 대외관계를 회복시켜 빠르게 대규모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 경제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2018년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본의 배율을 3.9배로 추정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일반적인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쌓아놓은 자본에 비해 낮은 북한 경제의 생산성과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분석입니다.
조태형 실장은 “1인당 GDP가 1000달러 수준인 북한 경제에서 자본이 많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많은 움직임을 보이지만 생산 활동과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