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여전히 자국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북한 내 격리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이례적인 보도를 내놨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국 내 신형 코로나 확산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우회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형 코로나 발병 초기부터 철저한 국경 봉쇄 조치에 들어가고, 관영 매체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해 온 북한이 이례적으로 자국내 유증상자 격리 상황을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1일 "평안남도와 강원도에 각각 2420여명, 1500여명 등 39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관영매체에서 평안북도에 30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있다고 한 보도를 종합해보면 평안도와 강원도에서만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제네바에서 여러 차례 북한 대표부와 접촉했다고 강조하며, 여전히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 긴급대응팀장의 말입니다.
라이언 팀장 : 북한 당국이 신형 코로나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현재 한국 및 중국 당국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에 이어 한국 내 신형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북한 당국 역시 자국 내 심각한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 국장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여전히 신형 코로나 확산을 대단치 않은 것으로 보는 듯 하지만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정치적으로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심각한 상황을 국제사회에 공표함으로써 국제 지원단체로부터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는 데 좀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폐쇄적인 북한이 격리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 북한은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현재 상황에 대해 기꺼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전 세계에 감시 대상이 있다는 걸 알린 셈인데 이는 좋은 소식입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수천 명에 이르는 격리자 수를 발표한 것은 이미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해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고 확진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경지대에서 밀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바이러스 전염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퀸시 인스티튜트의 제시카 리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신형 코로나에 대한 감시와 격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신형 코로나 확산이 가장 심각한 중국과 한국에 근접한 만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의 전염병 대처 능력에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리 선임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북한을 고립과 제재 속에 두지 말고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외교적 관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