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뤄오던 대북지원을 전격 추진하는가 하면 한국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도 승인했습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논의를 되살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17일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사업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결정은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이끌어가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과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게 힐 전 대표의 말입니다.
힐 전 대표 :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내에는 북한과 관계를 진전시켜나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here are many people in South Korean government who'd like to move ahead with North Korea. Even though there's very little progress on the nuclear issue.)
힐 전 대표는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은 이미 오래된 문제라며, 세계식량계획(WFP)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제 기구들이 지원에 대한 매우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대표는 이어 한국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와 직접 연관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미국 정부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결국 북한 주민들보다는 북한 군부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Gordon Chang) 변호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과거 유엔 기구를 통해 여러 차례 지원했을 때도 결국 북한 군부로 지원이 집중됐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 변호사 : 우리는 유엔을 통해 북한을 지원했을 때도 (그 지원 물품이) 군부로 들어간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엔이 이를 막을 수 있길 원하지만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We have the long history of diversion of aid even through the U.N. to North Korean military. So, I like to think the U.N would be able to stop this or prevent it, but I'm not so sure.)
그는 또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치중하다 보니 식량지원에 대한 한국 대중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한국 국민 1,000여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인 47%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북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개성공단 방북이 단순히 시설 점검이 아니라 결국 향후 사업 재개나 투자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창 변호사는 북한에 대한 투자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전희경 대변인 역시 이날 “기업인 방북이 개성공단 재개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북핵 폐기가 최우선이라는 원칙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