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주 '국제 물주간'을 맞아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 주민들의 식수를 포함한 물∙청결∙위생(WASH) 분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 이행 및 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국제 물주간’(World Water Week 2019)을 맞아 28일 각 국의 위생 및 식수 관련 체계를 조사한 연례보고서 ‘유엔-물 국제 위생 및 식수 분석∙평가 보고서‘(UN-Water Global Analysis and Assessment of Sanitation and Drinking Water∙GLASS 2019 Report)를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115개 국가와 29개 국제기구, 개발은행, 원조기관 등 외부 지원기구(ESA)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survey)를 바탕으로 각 국의 물∙위생∙청결(WASH) 체계를 진단한 이 보고서는 특히 각 국가의 물∙위생∙청결 정책 존재 여부, 정책 목표, 감독 및 규제 등 제도적 측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수, 위생, 청결 등에 대한 정책과 이에 대한 이행 계획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는 국가는 약 15%에 불과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역시 청결(hygiene) 분야를 제외한 식수와 위생 관련 국가정책과 계획이 존재하고, 정책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추산되어 있습니다.
일단 북한은 모든 주민들이 앞으로 6년 후인 2025년까지 2가구 이상이 개선된 위생시설을 공유하는 ‘제한된 수준’(limited services)을 보장하고, 야외 배변을 전면 퇴치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2030년까지는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한 가구당 독립적인 위생시설을 보장하는 ‘기본적 수준’(basic services)을 보장하고, 각 가정안에서 오염되지 않은 식수원에서 필요시 무료로 바로 식수를 공급하는 ‘안전하게 관리된 수준’(safely managed services)을 보장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북한의 실질적인 정책 이행 및 자금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한 식수의 질을 평가한 공개 보고서가 발표된 적도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물∙위생∙청결 체계는 각 국의 인프라, 즉 사회기반시설의 상태 뿐만 아니라 제도, 재정관리 등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빈약한 정부체계, 인적자원, 자금 부족 등이 최빈국의 물과 위생 체계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고서는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8일 보고서 발간 보도자료를 통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식수와 화장실, 손 씻는 시설에 접근할 수 없어 치명적인 감염 위험에 놓여있고 공공 보건의 진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물과 위생 체계는 단지 건강을 개선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긴요한 부분”이라며 “우리는 필수적인 물과 위생 기반시설이 부재한 모든 국가들이 이를 구축∙유지하기 위한 자금과 인적자원을 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스웨덴, 즉 스웨리예의 피터 에릭손(Peter Eriksson) 국제개발협력 장관 역시 앞서 2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주간’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깨끗한 식수를 보장하기 위한 각 국의 제도적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에릭손 장관 : 모든 사람들에게 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오늘날 전 세계 지도자들의 주요 정치적 및 환경적 과제가 돼야 합니다. 우리가 물에 대해 도박을 하기엔 잃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Securing access to water for all people should be one of the major political and environmental challenges for world leaders today. The stakes are far too high for us to gamble with water.)
2019년 ‘국제 물주간’은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 물 연구소(SIWI)의 주관하에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간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는 국제 물 분야 연례회의로 올해는 ‘모든 사람들의 사회를 위한 물’(Water for Society – Including All)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