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도주의 지원 접근성이 열악한 국가, 즉 인도주의 지원에 나서거나 이를 받는 데 어려움이 많은 국가로 북한이 지목됐습니다. 최악의 국가는 가까스로 면했지만, 북한 주민들과 국제구호단체 모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ACAPS(The Assessment Capacities Project)가 지난달 31일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도주의 지원 환경을 분석한 ‘인도주의 접근성 개황’(Humanitarian Access Overview)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인도주의 접근 가능성에 ‘매우 높은 제약’(very high constraints)이 있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일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북한 내 인도주의 지원활동이 가변적인 상황으로 인해 빈번히 중단되고 인도주의 물자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도 무수한 난관이 있다는 진단입니다.
ACAPS는 북한을 포함해 총 60개국의 접근성을 6개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뚜렷한 제약이 없는 국가에는 0점을, 극단적 제약이 있는 최악의 국가에는 5점을 부과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4점을 받아 최하위 수준의 5점을 받은 에리트리아, 시리아, 예멘의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국제 구호요원이 북한 내 모든 지역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지역 이동 및 구호활동 모두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구호기관 뿐만 아니라 북한 구호 관계자들도 평양 이외의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사전 정부 승인이 있어야 하며, 외국인 구호요원들은 반드시 북한 현지인력과 동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군수공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알려진 자강도는 엄격한 제한으로 인해 접근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떨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북한의 인도주의 접근성 점수에 영향을 미친 3가지 요소로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 △지원 수혜자에 대한 구호단체의 접근성 △안전∙환경적 제약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북한이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부인(denial)하는 모습을 비롯해 정부 공식 입장과 현실 사이의 괴리 등이 인도주의 접근성에 높은 제약을 만드는 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제재가 구호물품 수입을 제한하고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위한 자금마련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날씨와 낙후된 도로, 다리 등 사회기반시설이 북한 인도주의 접근성에 ‘높은 제약’(high constraints)을 주고 있다고 평가해, 이 기구가 지난 5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이들 요소들이 인도주의 접근성을 전면 차단(blocking)한다고 한 평가와 비교하면 그나마 일부 개선된 측면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을 포함해 인도주의 접근성에 ‘매우 높은 제약’이 있는 국가는 총 14개국으로,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베네수엘라, 카메룬, 수단, 남수단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지난달 공개한 인도주의 접근성과 관련한 보고서(Denial, Delay, Diversion: Tackling Access Challenges in an Evolving Humanitarian Landscape)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접근성에 대한 제약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