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➃: 북한 경제정책] 임을출 “대북제재로 북 시장활동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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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18년 새해를 맞아 북한 정세와 관련해 주요 현안별로 한 해를 전망해보는 신년기획 인터뷰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한반도 시간으로 매주 목요일 다섯 차례에 걸쳐 마련한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그 네 번째 순서로 '북한의 경제정책 전망'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임 교수를 만나 들어봤습니다.

노재완: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을출: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자립경제와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는데요. 이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임을출: 북한은 올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현재 핵개발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대북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경제적인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도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신년사에 이런 부분이 잘 묻어나 있는데요. 아무리 북한이 독재정권이라 하더라도 핵과 미사일만으로는 인민들에게 정당성을 부여받기는 어렵습니다. 인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경제 생활이 이전보다 윤택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무엇보다 경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인데요. 올해 3년째를 맞는 만큼 북한은 올해를 가장 중요한 해로 보고 핵개발 보다는 경제 개발에 더 치중할 것으로 봅니다.

노재완: 방금 북한의 인민생활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까?

임을출: 북한은 지금 정상적으로 무역 활동과 금융 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은 내부 성장 동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이 60% 이상 감소해 북한 당국은 최근 북한 내부 기업의 생산, 소비, 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경제 수준을 유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재완: 이 같은 행보가 북한의 의도대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십니까?

임을출: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급 기능이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고 물가와 환율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로 인해 수입과 수출이 막혀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로 인해 북한 경제 운용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북한시장 현황조사를 해보면 북한은 현재 공급도 줄었지만 소비도 많이 준 상태입니다. 동시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건 가격이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급이 줄면서 수요도 같이 감소하는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안 좋은 겁니다.

노재완: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북한의 시장화, 시장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임을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아직 북한의 공식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봅니다. 오히려 민간 경제활동을 하는 상인들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은 대부분 중국에서 필요한 물품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영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여전히 시장 활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공급이 부족해 발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노재완: 대북제재로 외화난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화폐개혁이라든지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임을출: 김정은 체제가 화폐개혁을 다시 단행한다면 정말 큰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폐개혁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정은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대신 도로 통행료를 받는다든지 국유재산인 공공인프라를 이용했을 때 이용료를 받는다든지 해서 외화를 흡수하려고 할 겁니다. 이와 함께 외화벌이 무역회사들에도 더 많은 할당량을 줄 것으로 봅니다. 다시 말해 '쥐어짜는 방식'으로 내부에서 외화를 모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노재완: 대북제재로 인해 올해 북한 경제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해 북한 경제성장률,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임을출: 북한은 지난 2016년 경제성장률이 3.9%를 기록했습니다. 그때도 대북제재가 취해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였는데요. 작년에는 훨씬 더 강도 높은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2017년은 최소한 1~2% 정도는 떨어졌을 것으로 봅니다. 경제성장률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전력인데요. 전력 공급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올해 북한 경제성장률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생산 수준 자체는 아직 크게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까 설명한 대로 소비가 많이 감소하고 투자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도 1~2% 정도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노재완: 마지막으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남북대화가 열리고 있는데요. 대북제재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북한이 향후 남북대화에서 한국에 경제적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임을출: 북한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하고 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줘서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도 지금과 같은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남한과 경제협력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단 개성공단 재가동이라든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희망할 것입니다. 즉 6.15시대로 돌아가길 원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시켜야 하는데 제제를 완화시키 위해서는 북한도 핵문제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임을출: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로부터 북한의 경제정책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올 한해 북한의 인권실태와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