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가 ‘김정은 애마’ 24마리 또 러시아서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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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이어 최근 수해 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러시아에서 고가의 말 24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연해주 농축산감독청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지난 25일 북한에 '오를로프 투로터'(Orlov Trotter) 품종의 말 24마리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북한에 전달된 오를로프 투로터는 수말 19마리와 암말 5마리로 블라디미르 지역에서 검역을 거친 후, 특수 장비를 갖춘 두 대의 운반차에 실려 하산 철도 검문소에 도착한 이후 북한으로 운송되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 축산농수산물 검역기관인 로셀호즈나조르에서 말들에 대해 위생 조건 여부 등을 검토한 후 반출을 승인했습니다.

연해주 농축산감독청은 이번에 북한에 보내진 말에는 모두 무선 식별장치인 마이크로칩이 이식되어 있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산 말 구입은 약 1년 9개월만입니다.

러시아 세관과 연방 농축산감독청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과 러시아 간 철도화물 운송이 재개되자 2022년 11월에 두 차례 30마리와 21마리의 말을 북한에 보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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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에 구매한 러시아산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은 외모가 뛰어난 데다 인내심이 강하고 순종적인 말로 정평이 나 있어 북한 지도부가 선호하는 품종입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19년 말 직접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의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은 나이와 건강, 혈통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온라인에서 최소 1천 달러에서 15만 달러 이상까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에 북한이 수입한 말들은 승마나 기마 부대를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에서는 관리기술이나 인력 부족으로 말들이 자주 폐사하기에 이번에 말들을 수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말들은 해외서 보면 관리를 엄청나게 해주잖아요. 그리고 먹이라든지 영양 상태 이런 것이 다 과학적으로 양육돼야 하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럴 만한 인력과 지식 그리고 조건이 보장이 안 되거든요.

아울러 이 연구원은 “북한이 주민들에 승마 경험을 쌓게 해준다며 미림승마장 등을 만들었지만 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며 “특히 북한에서 말 수입에 대한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기에 주민들은 식량난과 수해 등으로 피해를 당한 상황 속에서도 당국이 고가의 말을 구입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최근 염소 447마리도 수입하는 등 북∙러간 축산물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