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양곡 정책으로 북 식량값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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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역마다 증설했던 국가양곡판매소를 축소하고 장마당 식량판매 금지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곡판매소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민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오늘부터 안주시 세 개 동마다(동 1개에 약 120세대) 하나씩 운영되던 (국가)양곡판매소가 없어지고, 시내에 있는 것(양곡판매소)만 운영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안주시 행정구역은 19개 동과 14개 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안주시에서 운영되는 국가양곡판매소는 지방정부가 자리하고 있는 룡연동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식량가격과 유통을 국가가 장악해 계획경제를 복원할 목적으로 2019년 양곡판매소를 도입해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양곡판매소는 국가가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알곡을 수매가격으로 사들여 장마당보다 싸게 판매하는 곳입니다.

소식통은 “장마당보다 식량을 눅게 판다는 양곡판매소는 늘어났지만, 양곡판매소는 처음부터 식량을 확보할 자금이 없어 운영 부진에 시달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당국이 정책만 제시하고, 양곡판매소에는 국가예산을 배분하지 않고 각 지역마다 있는 협동농장에서 알곡을 수매 받아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도록 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장마당 쌀 매대를 없애야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가 정상화될 수 있다며 장마당 식량판매를 통제하더니 쌀 값 상승만 부추겨 민생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증가해 지역 봉쇄가 또다시 강화되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며 민심이 악화되자 북한 당국이 급히 국가양곡판매소를 일부 없애고 장마당 운영을 완화하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정주시에는 양곡판매소가 두 곳에서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021.9)에서 양곡수매와 식량공급체계를 개선하도록 강조하였기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정상 운영되는 양곡판매소는 하나도 없다”면서 “자본주의 서식장인 장마당을 없애고 식량유통을 국가가 장악해 사회주의를 지킨다며 국가양곡판매소를 설치했으나 정상 운영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국가양곡판매소가 정상 운영되려면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알곡을 수매가격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수매가격은 시장가격보다 20~30% 정도 쌉니다. 하지만 협동농장의 입장에서는 알곡현물을 시장가격으로 비싸게 판매해야 영농자재를 구입할 수 있어 국가양곡판매소 보다 개인과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협동농장에 영농자재를 공급하지 못하므로 협동농장과 개인 간 알곡거래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양곡판매소를 정상화하려면 우선 국가가 협동농장에 영농자재를 정상적으로 공급해주어야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알곡을 국가 양곡판매소에 수매가격으로 판매하는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국가양곡판매소만 잔뜩 세워놓고 식량가격과 유통만 국가가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으니 협동농장 알곡이 안정적으로 양곡판매소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결과적으로 당국은 양곡판매소를 활성화한다며 장마당에서의 식량판매를 통제하다 보니 당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만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잘못된 정책으로 식량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당국은 양곡판매소를 대폭 축소하고 장마당에서의 식량 판매 금지조치를 완화했으나 식량 가격과 민심이 안정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