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어쩌라고” 영농자재로 김정일 생일선물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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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일생일(2.16)기념으로 북한 어린이들에게 특별 공급된 당과류선물 포장에 협동농장에 공급되어야 할 농업용 비닐박막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뜩이나 영농자재 부족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15일 “어제 정주시내 탁아소와 유치원, 소학교 어린이들에게 광명성절(김정일생일 2월16일)을 맞아 선물당과류가 공급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비닐봉지 낱개로 포장된 사탕과 과자, 강정 등 선물당과류는 다시 큰 비닐봉지에 1킬로씩 포장되었다”면서 “선물당과류 포장에 사용된 비닐봉지는 영농철을 앞두고 협동농장에 공급돼야 할 비닐박막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선물당과류 하나를 포장하는 데 필요한 비닐박막 면적은 0.5미터 정도이지만 정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선물당과류를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비닐박막은 적지 않은 양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정주시 인구는 18만 명 정도이며, 이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 숫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이므로 선물당과류 포장에 사용된 비닐박막은 최소 두 개 협동농장에서 모판에 사용할 수 있는 비닐박막 수량에 맞먹을 것이다”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선물당과류 포장지 생산에 영농자재인 비닐박막이 사용되었다는 이야기에 농민들 속에서는 영농철을 앞두고 나라의 농사보다 선물당과류 포장이 더 중요하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오늘 덕천시에서는 김정일 생일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선물당과류가 공급되었다”면서 “콩사탕과 과자, 단묵 등 낱개포장에는 재생비닐로 포장했지만 선물당과류 1킬로 포장봉지는 수입산 비닐박막으로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재생비닐은 지역 자체로 파비닐을 모아 생산한 것”이라면서 “수입산 비닐은 지방정부 산하 무역회사가 지난 1월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사실 중국에서 수입한 비닐박막은 지난 1월 김정은생일에 이어 김정일생일에 어린이들에게 선물되는 당과류를 포장할 비닐봉지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협동농장의 영농자재로 공급될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당국이 수입산 비닐박막을 선물당과류 포장자재로 돌려 당장 농장들의 모판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영농자재인 비닐박막이 선물당과류 생산자재로 돌려진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간부들과 농민들 속에서는 3월이면 모판씨뿌리기가 시작되어 비닐박막이 시급한데 농장에서 사용할 비닐박막을 선물정치에 돌려쓰는 당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