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당국, 관내 기업소에 영농자재 지원 강요

지난해 9월 황해남도 해주광장에서 진행된 농기계전달모임,
지난해 9월 황해남도 해주광장에서 진행된 농기계전달모임, (Photo: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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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에 알곡 증산을 위한 농촌 지원을 강조하면서 각 지역 관내 기관 기업소와 주민들에게 농기구와 영농자재 과제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기간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농촌 지원에 그 어느때보다 더 열을 올리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각 지역 당국이 경쟁이나 하듯 올해 농사 보장을 위한 영농자재 과제를 하달하고 농기구 전시회까지 열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일 “며칠 전 시 당국이 각 기관, 기업소에 모내기 전투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농기구 과제를 하달했다”며 “각 기업소들이 자금, 자재, 전력 등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수도건설, 농촌, 탄광 등 다양한 지원이 번갈아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알곡생산목표 점령을 경제발전 12개 고지의 첫 번째 고지로 정한 노동당 8기 7차 전원회의는 각 시, 군당위원회의 역할에 따라 지역의 농업발전이 결정된다며 각 지역들이 농업생산을 늘이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겨울내 전 주민이 농촌에 보낼 거름 생산에 시달렸으며 5월부터 시작되는 모내기 전투에도 동원될 예정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풍족할 때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지원이라며 농촌지원을 자기 운명과 직결된 사업으로 여길 것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농사를 최중대임무, 최우선과업으로 여겨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단위에 할당된 농기구 목록에는 삽, 호미, 삼태기, 각자, 못, 각종 베어링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다음주 월요일 자체로 준비한 농기구 전시회가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각 기업소가 농기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한다”며 “운영자금이 없는 기업소가 각 작업반에 과제를 나누어줄 것이 뻔한데 결국 작업반에서는 돈을 모아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사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고기잡이나 장사를 위해 기업소에 일정한 돈을 내고 장사를 하는 8.3 근로자가 많아 기업소들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8.3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각 기업소들이 여유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리원군에서도 다음 주 월요일 농촌에 보낼 농기구 전시회가 진행된다”며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생산을 늘이는 것이 당과 국가가 내세우고 있는 최중대 임무이고 최우선 과업이라며 농촌을 성의껏 도와야 한다는 선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인원이 적고 기계설비가 없는 우리 기업소에서는 호미, 모판, 새끼줄(볏짚을 꼬아 만든), 활창대 등 소소한 농기구와 영농물자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각 작업반들이 호미 3개, 모판 3개, 새끼줄 200m, 모판을 만들어 비닐을 씌울 때 쓰는 활창대 200개를 준비할 과제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농기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작업반원들이 지난 일요일에 쉬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볏짚을 구해다 새끼줄을 꼬았고 남자 2명은 산에 가서 활창대 나무를 구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북한 농축산 전문가인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 조현 소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 지역의 농촌에는 농기계가 일부 공급되지만 정보당 생산량이 적은 북부지역 농촌에는 농기계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며 “지방 농장에 가보면 실지 농사에 활용되는 뜨락또르(트랙터)가 3대만 되어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현 소장은 “각 지역과 기관들이 농기구나 영농자재를 농촌에 지원하는 것은 북한에서 매년 있어 온 일”이라며 “지난 2월 농사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8기 7차 노동당전원회의가 있은 만큼 올해는 여느 해보다 각종 농촌지원사업이 더 극심할 것이 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