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양정사업소에 제분기 설치 지시…개인 제분소 없어지나?

지난해 10월 황해북도 재령군 양정사업소를 둘러보는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
지난해 10월 황해북도 재령군 양정사업소를 둘러보는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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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북한당국이 각 시, 군 양정사업소들에 제분기를 비롯한 밀 가공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 제분소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최근 중앙으로부터 각 시, 군에 있는 양정사업소(양곡 수매, 보관,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소)를 현대화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었다”며 “이번 지시에는 각급 양정사업소들이 밀 가공을 위한 제분시설을 갖출 데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개인 제분소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정사업소의 설비를 현대화하는 문제는 작년 12월 말에 있은 노동당 8기 4차 전원회의를 비롯한 여러 기회에 김정은이 직접 강조한 것”이라며 “지금 전국적으로 당국이 시범으로 꾸린 사리원시양정사업소의 경험을 모든 양정사업소에 적용하기 위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지시로 각 양정사업소들이 정미기와 제진장치 등 설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제분기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위에서 필요한 설비나 자재를 보장해주는 것은 없이 벼를 정미하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양정사업소가 자체의 힘으로 설비를 현대화 하라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현대화지시로 양정사업소 간부들이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고민이 많다”며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을 집행하지 않으면 큰일나니 무슨 흉내라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한편 주민들은 이번 조치로 개인 제분소를 없애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읍내에 개인이 운영하는 제분소가 몇 개 있어 주민들이 가까운 제분소를 이용해 왔는데 개인 제분소가 없어지면 양정사업소에 사람들이 몰리며 이용이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 제분소는 주민들이 가져온 쌀이나 강냉이(옥수수)로 가루를 내주거나 국수를 눌러주는 곳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국수 방앗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제분소는 형식적으로 국영 기업소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양정사업소 설비 현대화 지시에 기업소 간부들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개인 제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밥줄을 떼울까(떨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 제분소들이 지금껏 주민들의 생활편의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돈도 잘 벌어왔다”며 “어떤 제분소는 주민들이 가져오는 쌀이나 강냉이로 가루를 내주거나 국수를 눌러주는 것 외에 자체로 강냉이를 대량으로 구입해 국수를 눌러 시장에 유통시켜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전에는 시장에서 강냉이를 구입해 잘 말린 다음 다듬어 제분소에 가져다 맡겨 국수를 눌렀는데 이 과정이 며칠은 잘(충분히) 걸린다”며 “지금은 편하게 시장에서 그날그날 국수를 사서 먹는 가정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제분소는 기계나 부품이 낡아 고장이 잦으며 전기도 송배전부와 재간껏 사업(로비)을 해서 해결하고 있다”며 “양정사업소에 제분설비가 꾸려지면 개인 제분소에 비해 규모나 설비가 좋을 것이고 전기도 우선 공급될 것은 뻔한 일이므로 개인 제분소들이 밥벌이를 잃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