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식량 증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 당국이 농업용지 침범(전용) 행위를 조사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사금채취행위를 비롯한 농업용지 침범에 대한 전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행정 간부 소식통은 29일 “지난달 말 중앙으로부터 알곡을 생산해야 할 농업토지를 파괴하고 비법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조사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에 따라 사금채취와 대상(특정목적을 위한)건설 등 농업용 토지 사용(전용) 현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은 주요 곡창지대의 농업용 토지를 침범해 이용하는 현상이 많이 증가해 국가알곡생산계획수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며 “특히 사금을 비롯한 지하자원 채취(채굴)와 각종 명목의 대상 건설을 구실로 농업용 토지를 공공연히 침범하는 기관들을 보면 대부분 자기 단위의 특수성을 내세우는 힘있는 기관들임을 지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특수기관은 39호실과 같은 노동당 소속 기관과 국방성, 보위성, 사회안전성, 2경제위원회 등 무력기관 및 군수(방산업)산업 계통의 산하기관을 의미합니다. 이 기관들은 특수기관, 혹은 특수단위로 불리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실제로 강하천이나 농장 토지를 침범해 새 공장과 건물을 짓거나 외화벌이 목적의 지하자원 채취활동을 하는 기관들을 보면 예외없이 힘있는 특수기관들이다”라면서 “각 협동농장들은 자기 지역에 있는 특수기관들의 사금 채취장, 대상 건설장 등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느 기관이든지 국가의 허락 없이 농업용 토지를 침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일부 특수기관들이 힘과 뇌물을 휘둘러 지방 간부들을 회유해 농경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업용 토지 사용 허가 절차와 관련해 해당 농장과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또 해당 도를 거쳐 농업성과 국토환경보호성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당국이 식량 증산을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장기간의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자기가 생산한 수확물을 자체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함경북도에서도 사법기관들이 각 협동농장들의 농업용 토지 침범 상황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로 농경지를 침범해 뭔가를 하고 있는 기관들은 물론 이들에게서 뇌물을 받고 농경지 사용을 허락해준 간부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지시는 사실 소리만 요란했지 용두사미로 끝날 실속 없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이따금 중앙에서 농경지를 침범한 사금 채취 시설을 철거할 데 대한 조치를 내렸지만 철저하게 집행되지 못했다”며 “그 어떤 이유로든 농경지를 침범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다 힘있는 권력 기관들이고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가 당자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