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농장간부, ‘노병분조’ 조작해 알곡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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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일부 협동농장 간부들이 전쟁 노병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해준다며 '노병분조'를 허위로 조직해 농경지를 분여 받은 다음 여기서 생산된 알곡을 착복한 사례가 연이어 발각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 김정숙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올봄 김정숙군 원동리 협동농장에서 전쟁노병들의 식량을 마련해준다며 노병분조를 만들고 군 농촌경영위원회로부터 5천 평의 땅을 노병분조 부업지로 분여 받았다"면서 "하지만 노병분조는 빈껍데기 조직으로 농장간부들이 생산된 알곡을 횡령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장 간부들은 지역에서 운신도 제대로 못하는 네 명의 노병 이름을 빌려 노병분조를 조직하고 분조의 부업지로 받은 땅에 옥수수를 비롯한 콩 등을 농사지은 다음 지난 9월 가을했다"면서 "탈곡이 끝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수 톤에 달하는 알곡현물을 노병들에게는 한 톨도 주지 않고 간부들이 통째로 횡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대부분의 협동농장 농민들은 노병분조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며 노병분조용 토지를 분여받기위해 서류를 꾸민 일부 간부들만 알고 있었다"면서 "노병분조 부업지에서 수확한 알곡을 착복한 농장간부가 이를 장사꾼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노병분조에 얽힌 간부들의 비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늙고 병든 전쟁노병을 이용해 협동농장 농경지를 부업지로 받아 농사를 지었으면 얼마간의 옥수수라도 노병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농장간부들의 비뚤어진 양심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김정은시대 들어서면서 당국은 전쟁노병들을 대우해준다면서도 식량을 비롯한 우대물자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노병이 거주하는 해당 시, 군 지방정부 기관들이 노병들의 생활을 책임지게 되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협동농장에 노병분조를 만들어 농경지를 내주고 (노병들이) 자체로 농사지어 식량을 해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 "노병분조가 공식적으로 조직되어 농경지가 분여 되었다는 서류가 등록되면 중앙에서는 해당 농장의 노병분조에서 수확한 현물 알곡은 알곡생산계획량에서 공제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하지만 전쟁노병들에게 농경지를 분여해주어도 고령에 영양실조인 노병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악용해 농장간부들은 가짜 노병분조를 만들고 분여받은 농경지를 개인 돈주들에 임대해주고 뒷돈을 챙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