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캐나다의 한 대북구호단체가 올해 북한 협력단체로부터 밀과 대두 지원 의사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가 2년여 전 운송한 지원물자는 중국 다롄항에서 북한으로 운송되지 못해 손실된 것으로 처리했다고 전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 위치한 대북지원단체 '퍼스트스텝스'(First Steps Health Society)는 최근 올해 봄호 소식지를 통해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소식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전 북한 협력기관들은 우리가 밀과 대두 운송을 고려할 것인지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even before the news of the North Korean outbreak reached the rest of the world, our Korean partners had asked if we'd consider sending a shipment of wheat and another shipment of soybeans.)
북한 협력기관이 이 단체에 문의한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처음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식 인정한 지난달 12일 이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요청 등에 따라 우리는 북한이 (지원물자) 운송을 촉진하고 우리가 북한으로 대두와 복합 미량영양소 '스프링클스'를 들여보낼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국제적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확대된다면 우리가 (지원물자를) 운송할 기회는 예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퍼스트스텝스는 또 이날 소식지에서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제약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리가 북한에 보냈던 2건의 선적분에 대해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약 2년 전에 운송했던 지원물자가 중국 다롄까지 밖에 가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 선적분을 손실된 것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We sent them nearly two years ago, but they only got as far as Dalian, China. We've decided that the time has come to accept this shipment as lost.)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물자 손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단체는 2020년 11월과 지난해 9월 공개한 소식지를 통해, 북한에 대두 40톤과 스프링클스 약 720만 봉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2020년 여름부터 계속 물자가 중국 다롄항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보내진 스프링클스의 유통기한은 올해 3월로 이미 3개월 가량 지났고, 지원 물품들의 포장재 설명이 모두 한글로 적혀 있어 다른 국가에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이 단체는 이번 소식지에서 "북한 아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어머니들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소식지를 통해 북한이 두유와 복합 미량영양소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단체에 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서 올해 북한의 밀가루 수입량과 수확량이 모두 충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이달 초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북한의 밀가루 수입량이 예년보다 적고, 러시아의 밀가루 지원 역시 올해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북한이)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지원받곤 했는데,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도 북한에 밀가루를 무상으로 지원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 역시 지난달 말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6~7월에 걸쳐 밀을 수확해야 하는데 코로나 확산 여파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지원단체들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대북지원단체 이그니스 커뮤니티(Ignis Community)는 지난 4월 소식지에서 "중국에서 북한으로 쌀 200톤을 운송해 '조선교육후원기금'을 통해 북한 전역의 여러 고아원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e are in communication to try and send in 200 tons of rice from China to NK through the Korea Education Fund (KEF) to different orphanages and schools around the country by this month.)
조선교육후원기금은 북한이 교육시설 지원을 위해 설립한 민간단체입니다.
이그니스 커뮤니티의 설립자인 조이 윤(Joy Yoon) 대표는 지난달 초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그니스 커뮤니티가 현재 기금 측과 식량 지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물자가 아직 운송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윤 대표는 최근 한 달새 논의가 진척됐는지 여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15일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당시 소식지에서 "올해 라선 지역에서 쌀 10톤을 살 수 있도록 자금을 보낼 수 있었다"며 "7~8월에 쌀 400톤 혹은 그 이상을 북한에 보내기 위한 모금 활동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1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2018년 260개군에 '인민병원'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며 "개신교계가 컨소시엄(연합체)을 구성해 인민병원 짓는 일을 다음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