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재 국제기구 부재로 대북지원 지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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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코로나비루스) 장기화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례없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평양 내 국제기구 상주 직원의 부재가 향후 대북지원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기관 '코리아리스크그룹(Korea Risk)'은 22일 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대북 지원 시 어려움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화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토마스 피슬러(Thomas Fisler) 전 스위스개발협력청 평양사무소장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로 평양 내 국제기구나 인도주의 지원 직원들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피슬러 전 소장은 북한이 당장 식량이나 의료품에 대한 외부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국제기구의 지원 원칙상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한 투명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국경 봉쇄와 외국인 입국 금지로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환경 조성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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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리스크 그룹이 22일 개최한 북한 관련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토마스 피슬러 전 스위스개발협력청 평양사무소장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화상회의 캡쳐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유엔 산하 기구들은 지난해부터 북한을 떠났고,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던 세계식량계획(WFP)마저 나머지 직원들이 철수하면서 현재 북한 내 국제기구 직원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북한 내부 접근 없이 국제기구가 수십만 톤에 달하는 식량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게 피슬러 전 소장의 설명입니다.

이에 앞서 유엔 지원 대상국의 예산과 사업 계획을 집행하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지난해 코로나 19로 북한 내 현장 평가와 감시, 새로운 정보 검증이 불가능했다는 이유로 2021년 세계 인도주의지원 사업 계획에서 북한을 제외한 바 있습니다.

피슬러 전 소장은 평양 주재 국제기구, 대사관 부재로 북한 내부와 직접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한적이나마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인도주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관 측에서 외부 지원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피슬러 전 소장: 국제기구들이 해외 북한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 실현 가능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 내부인과는 얘기하고 있진 않고,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그들은 국경이 개방되는 대로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 북한전문매체 'NK뉴스' 설립자이기도 한 채드 오캐럴(Chad O'Carroll) 코리아리스크그룹 대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인 북한의 식수 및 식량 보급, 보건 상황이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국경 폐쇄 장기화로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오캐럴 대표는 이미 낙후된 도로 및 교통·운송제도, 통신 기술로 향후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여기에 홍수와 같은 다른 요인들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캐럴 대표: 특히 2017년 제재와 2020년 코로나19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현재 북한 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최악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수개월이나 1년 내 자연재해나 질병 발생, 국내 동요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오캐럴 대표는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2018년부터 중국이 북한에 대량으로 식량을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도 중국의 비공식적인 식량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것이 북한주민들의 만성적인 보건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중국에 위치한 북한 여행 전문업체 영파이오니어 투어스의 맷 컬레자(Matt Kulesza) 북한 담당자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백신 접종보다는 코로나19 완전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국경 폐쇄 장기화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철저한 외부 세계와의 차단은 북한 주민들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한편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김소영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