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북한 무역회사들이 가정용 에어컨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측의 갑작스런 에어컨 주문에 중국 무역업자들도 어리둥절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21일 “이번 주 초부터 북조선 무역회사들로부터 가정용 에어컨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면서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북조선에서 이처럼 에어컨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것은 지금까지 아주 드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에서 본격적인 여름이 되려면 2달 가까이 남았는데도 이처럼 때 이른 에어컨 주문 폭주는 상당히 의아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으로부터 에어컨 주문을 받은 중국 무역회사들은 이를 별로 반기지 않고 있다”면서 “에어컨은 유엔 제재 품목으로 중국해관 당국이 북조선으로의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에어컨을 북조선에 보내려면 전문 밀수꾼들에 반출을 의뢰해야 하는데 에어컨 한 대의 반출 비용이 500~800위안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밀수출 비용을 북조선 대방(회사)이 부담한다고 해도 밀수선이 발각될 경우 화주(貨主)인 중국 무역회사들도 밀무역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단둥의 또 다른 무역회사 관계자는 21일 “작년 여름에는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7월 중순경부터 북조선 대방들의 에어컨 주문이 많았다”면서 “당시에는 중국전역에도 폭염이 몰려와 에어컨 물량확보가 어려워 북조선에 제때 보내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다 작년의 흉작으로 식량 사정도 어렵고 전기 사정도 좋지 않은 북조선에서 에어컨을 대량으로 주문하는데 대해 (중국)무역업자들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이 모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평양의 특권층들은 일반 주민들의 생활방식에는 관심도 없으며 디젤발전기를 돌려서라도 전기를 언제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급 가전제품이 항상 필요하다”면서 “전력난을 이유로 고위 간부들조차도 에어컨 사용을 금지하던 당국이 에어컨 사용을 허가한 것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