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대상 북 미술품, 중국서 버젓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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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만수대창작사'의 예술 작품을 포함한 북한 미술품 300여점이 중국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산시성 산시미술관(Shanxi Art Museum)에서 북한 예술품 300점 이상이 전시되는 대규모 전시회가 23일 개최됐다고 중국신문사(CNS)와 글로벌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이 중국 매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인물, 동물, 꽃, 새, 풍경 등을 주제로 북한 화가들이 그린 약 300점 이상의 유화가 전시됐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소속 공훈 예술가인 김창성 작가가 그린 북중 국경 압록강을 주제로 한 유화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만수대 창작사와 산하 단체인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은 지난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371호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아울러 중국 매체는 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봉쇄됐지만 북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되게 됐다면서, 서방 국가들의 유화보다 북한 유화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 중산층이 북한 예술작품을 투자용으로 구매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만수대창작사 작품이 전시된다면 '경제 자산'(economic resources)의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10항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대북제재 결의 2270호 10항은 자산동결 대상이 되는 '경제 자산'에 선박 등 유무형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전시라는 무형의 자산도 동결 대상으로 대북제재에 위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수대창작사 작품의 전시는 만수대창작사가 자금을 확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예술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했는지, 그리고 예술작품들을 판매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이러한 대규모 전시회는 북한이 해외에 예술작품을 판매하려는 은밀한 노력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킬만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만수대창작사 작품들이 실제 중국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맞다면, 북한 정권이 국경을 넘어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려는 집요한 노력을 엿보이게 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 연구원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자금세탁 혐의로 북한인 문철명씨가 미국에 송환됐지만, 북한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해외 대표들과 외교관들을 착취해 불법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면서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철저히 감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연구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이러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지속해서 위반되고 있는 모든 제재를 집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한편, 1959년 만들어진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의 최대 규모 예술창작단체로 동상과 건축물을 포함해 각종 예술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가 최근 10년 간 1억6천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