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휴대폰∙서비차 이용 급증…새로운 물류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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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주민들의 휴대폰, 즉 손전화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택배 차량인 '서비차' 운행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내 새로운 물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김연호 객원 연구원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휴대폰과 개인 택배차량인 ‘서비차’가 발달하면서 북한 내 새로운 배송 체계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원은 19일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휴대폰을 소유한 북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약 50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전 지역에 각종 물품을 실어나르는 개인 택배차량인 ‘서비차’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달리기 장사꾼’이 점차 사라지고 집에서 ‘서비차’를 통해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차’란 ‘서비스’(service)와 자동차의 ‘차’의 합성어로 판매자와 소비자 간 물품을 실어나르는 트럭, 미니밴, 택시 등을 말합니다.

김연호 연구원은 북한의 기존 물품 배송이 철도에 의존해왔지만 속도가 느린데다 잦은 고장과 연료 부족 등으로 그나마도 제대로 운행이 되지 않아 북한 주민들이 ‘서비차’와 같은 개인 배송 차량을 선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비차 운전사들은 휴대폰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연락을 취하며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안전하게 물건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김연호 연구원 : 북한에 UPS나 페덱스는 없지만 트럭이나 버스 기사들이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판매자와 소비자의 휴대전화 번호입니다. 이 서비스로 상인들은 더 이상 판매자나 소비자를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 앉아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 연구원은 또 휴대폰으로 각 판매자의 물건 가격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판매자 간 경쟁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바가지 요금’으로는 장사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한편 김연호 연구원은 이러한 ‘서비차’ 운행이 불법이기 때문에 검문소에서 당 관리에게 바치는 뇌물은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연호 연구원 : 서비차 운전사에게 뇌물 없이 검문소를 통과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운전사는 검문소 간부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줘야하고 요구가 있을 경우 추가 상납도 필요합니다.

이날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의 조지 허친슨 연구원은 ‘서비차’는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한 경제 형태로 북한이 점차 자유주의 시장 경제화(marketization)되는 한 측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서비차’ 운행이 활성화 될수록 간부들의 비리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고 서비차 운전기사들이 판매자에게 무리한 배송요금을 요구해도 정부로부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등 정상적인 시장경제로 성장하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