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위조 담배 상품을 제조·판매해 무기 프로그램 개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미국 정부가 수배 중이던 50대 중국인이 호주(오스트랄리아)에서 체포돼 구금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영기업이 유명 담배 상표로 둔갑한 가짜 담배를 동남 아시아 등 해외로 수출해 7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진광화(52)라는 중국 남성이 약 11개월 간 호주 구류소에 붙잡혀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 보도했습니다.
진씨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북한군과 정부가 운영하는 회사에 위조 담배를 만들수 있도록 잎담배 등을 밀공급한 혐의 등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배를 받고 있었는데요.
미 정부는 진씨가 거주하고 있는 호주 당국에 체포 협조를 요청했고, 이 남성은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체포됐습니다.
미 법무부 문건에 따르면 진씨는 위장회사를 통해 만든 은행 계좌로 총 8천 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이체하는 등 미국 금융 체제의 제재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진씨는 은행사기공모, 국제긴급경제권법 관련 범죄, 자금 세탁 및 공모 등 12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진씨는 그 동안 멜버른 법원에 여러 차례 출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범죄인 인도 영장을 발부 받아 미국으로의 송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주 법무부 측은 가디언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문제의 복잡성과 구금자의 항소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범죄인 인도 문제가 진행 중인 만큼 더 이상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습니다.
진씨가 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수십 년의 징역형과 수백만 달러 상당의 벌금, 재산 몰수 처분을 받게 됩니다.
FBI는 진씨가 다른 공모자들과 함께 영국,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 중국에 등록된 일련의 위장회사를 이용해 북한과 담배 밀수 사업을 운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국영 기업을 통해 담배, 기타 제품을 판매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불법적인 계획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진씨와 연루된 또 다른 공모자인 진궈밍(60)과 한린린(42)이라는 중국 국적 남성과 북한 은행가 심현섭 역시 미 정부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3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심현섭에 대한 제보에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나머지 두 명의 중국인 공모자에 대해서는 50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수년 동안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엄격히 이행해 왔습니다.
미 정부는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담배 기업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에 자회사 중 한 곳이 제재를 피해 북한에 담배를 판매한 이유로 635만 달러 벌금형을 명령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수사를 맡은 매튜 그레이브스 워싱턴 DC 연방법원 검사는 북한이 위조 담배 판매를 통해 큰 수익을 얻고 있으며, 이를 불법 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이브스 검사 : 북한은 전 세계의 합법적 거래망을 통해 위조 담배를 밀매해 큰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은 위조담배 생산에 1달러를 투자해 20달러의 수익을 얻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북한 정권의 군대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직접 투입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소영 입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