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경제난 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주민들에 대한 정권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들이 모인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시기 북한 정권이 내세운 구호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다시 언급한 겁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 언급에 주목하면서, 그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이미 공고한 권력을 더 강화하고 주민통제에 더 나서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1990년대 대기근 때는 북한 주민들이 식량배급제도를 우회하고 불법시장을 형성하는 등으로 정부의 억압적 규율이 약화됐던 시기였는데, 북한 정권이 코로나19를 빌미로 국경이 완전히 닫히고 수입물자도 거의 없었던 시절로 되돌리려 한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 정부로 하여금 식량 및 물자 배급을 완전히 통제하고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내부 또는 외부 정보를 주민들이 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앞서 지난달 10일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조치들을 오직 대규모 발병을 막으려는 수단으로만 봐선 곤란하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 지도자가 경제에 대한 더 많은 통제력을 되찾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3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북한 경제를 주제로 개최한 화상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상황이 힘들지만 지금이야말로 자력갱생의 역량, 내부적 힘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그리고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해 코로나19가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을 만들기 보다는 지금은 오히려 국경을 막아놓고 내부적 힘, 주체적 힘, 즉 자력갱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김정은 위원장이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 함께 참석한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현재 국경을 봉쇄한 채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 없이 자력갱생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는 향후 교역, 투자, 관광, 그리고 궁극적으로 금융 및 법 체계에 대한 개혁이 없을 경우 실질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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