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등의 여파로 북한 당국의 재정 여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공개한 ‘북한의 재정 추이와 주요 이슈’ 보고서.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의 여파로 북한 당국의 재정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2020년까지 북한의 예산 수입 증가세는 안정적이었지만 지난 2021년 예산 수입 증가율 계획치가 0.9%로 대폭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0.8%에 그치며 집권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책정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의 기능이 크지 않은 북한에서 재정 위축이 비공식부문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일반 경제주체들이 중앙의 재정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수 있으면서 노력 동원을 통해 목표 달성을 선언할 수 있는 ‘인위적인 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 건설업과 농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농업의 경우 과거 추세에 비해 올해 예산 지출 증가율이 오히려 낮다며 당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기초산업 생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금속∙화학 부문에 중앙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한편 다른 부문의 성과에 대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에게 책임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기업소와 국영은행의 부담이 증대되고 건설 분야에서는 돈주 등 일반 경제주체의 역할과 희생이 강조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리 계획되어 있는 국가예산 납부 외에 추가적인 과업들이 전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와 대북제재로 인한 재정난과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이 북한의 시장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 내 시장화의 제도화는 다소 후퇴하고 있지만 시장화 자체는 촉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3월 18일 북한연구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북한 당국이 한정된 자원에 대한 동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앙의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경제개혁 정책의 부분적 후퇴를 초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기업소의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주민 생활에 대한 책임을 지방권력기관에 전가하며 조세와 준조세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은 사실상 시장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3월 18일 북한연구학회 춘계학술회의):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 유지를 이야기하고 특히 지방 뿐만 아니라 기관, 기업에 대해서도 자력갱생하라고 하면서 조세, 준조세를 강화한다 하면은 시장화를 조장하게 됩니다. 시장의 제도화, 공식화의 수준은 약간 뒤로 물러나지만 시장화 자체는 촉진되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양문수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전통적인 계획경제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국가 또는 엘리트 층에게 그러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표면적이고 형식적이며 무엇보다 국가가 경제 주체들에게 자원을 배분하고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