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내에서 외화가치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휘발유, 쌀 등 생활필수품의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5일 북한 물가와 환율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 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4일 북한 원화 환율은 미국 1달러당 8천812원에서 올해 6월15일 약 5천원까지 약 43% 떨어졌습니다.
외화 가치가 이렇게 하락세를 보인 반면, 휘발유, 디젤유, 쌀, 옥수수 등 생필품 등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실제 15일 기준 북한 원화로 휘발유 1만5천원, 디젤유 1만1천500원, 쌀 7천원, 옥수수 5천300원 등으로 지난해에 각각 휘발유 1만3천600원, 디젤유 9천원, 쌀 4천800원, 옥수수2천400원 등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특히 아시아프레스는 조사지가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로, 편차가 있어 3개 지역의 평균치로 물가를 조사했다면서, 북한 원화가 추가로 상승해 쌀, 옥수수가 5월에 비해 약 2배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당국이 곡물 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각지의 시장에서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도 1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에서 일반 샴푸가 200달러, 바나나 1kg에 45달러 등 수입품의 물가가 평소보다 10배 가량 급등했으며 치약, 식용유 등 생필품의 물가도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도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평양의 식량값 급등에 시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4일 "평양시의 모든 장마당에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 돈 5천원 안팎이던 입쌀 한 키로 가격이 요즘 7천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력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국경봉쇄로 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을 금지시키고, 북한돈 사용을 권장하면서 북한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고 물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북한 물가가 급등하고, 외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보들은 대체로 정확한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 내부에서 북중 국경의 개방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상인들이 어떻게 할지 몰라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 자본층들이 생필품 가격이 비교적 크게 오르기 전 대규모 사재기에 나섬으로서 인플레이션, 즉 지속적인 물가 상승 현상을 일으키고 일반 주민들만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 해외 수입품 공급이 불안정해 전반적으로 모든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 정권이 생필품을 비축하지 못하고 가격 통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평양시의 물가 급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물품 부족 현상이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매튜 하 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샴푸, 바나나 등의 가격 급상승은 북한 정권의 국가 중심 경제체제로 인해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임금과 예산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10배 이상을 인상해야 하지만, 오히려 잘못된 인상 정책으로 인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연구원: 북한 정권은 긴축과 대대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해, 물가와 임금을 시장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