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새로 발행된 중앙은행 돈표를 국영기업의 운영 자금으로 일괄 배분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장마당과 상점 등에서 주민들이 중앙은행의 돈표를 불신하는 바람에 돈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행정일꾼은 27일 "이달 초 낙원기계연합기업소 재정부에는 중앙은행에서 새로 발행한 5천원권 돈표가 기업운영 자금으로 공급되었다"면서 "중앙은행 돈표는 전국 어디서나 공장 설비와 자재를 구입하는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의 조치로 지난 9월 발행된 중앙은행 돈표는 낙원기계연합기업소 뿐 아니라 내각 산하 각 성 기관을 통해 전국의 국영 공장과 기업들에 배분되었다"면서 "중앙은행 돈표를 국영기업의 운영자금으로 풀어줌으로써 계획경제 활성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중앙이 의도하는 바 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은행 돈표는 기업 간 자재와 원료를 거래할 수 있는 결제대금으로 현금처럼 사용하라는 것이지만, 기업에 필요한 자재와 원료는 대부분 무역회사에 소속된 개인상점들과 장마당 돈주들이 중국에서 밀수입해서 판매하는 비중이 더 높아 돈표만으로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 돈표는 계획경제 체제 밖의 시장경제망을 통해 유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앙은행 돈표로 자금을 마련한 국영기업들은 개인상점과 장마당에서 필요한 설비와 자재를 구입해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자재 상점과 장마당 돈주들이 중앙은행 돈표 받기를 꺼려하고 있어 공장의 정상가동이 녹록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8일 "이달 들어 두 번씩이나 시 당에서 조직한 인민반회의에서는 중앙은행에서 새로 발행한 돈표는 나라에서 직접 현금과 똑같은 화폐가치로 담보한다면서 장마당을 비롯한 매대, 상점 등에서 널리 사용하도록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장사 물품을 국영기업에 팔고 중앙은행 돈표를 많이 보유한 상인들은 해당 돈표를 내화나 외화로 교환하고 싶으면 임의의 시각에 지역마다 위치한 중앙은행 지점에서 한도액 없이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주민들은 국가에서 하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중앙은행 돈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내보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국영기업이든 개인이든 중앙은행 돈표로 물건을 사려면 현금가격보다 더 많은 돈표를 얹어 주어야 물품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돈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같은 날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표는 미국의 경제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심각해진 경제난을 정면돌파하기위해 현금 지폐를 더 발행하지 않으면서 국영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중앙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날로 가치가 떨어지는 내화에도 불신감을 갖고 있는데 종이 쪽지나 다름없는 돈표를 국영기업들에 나눠주고 현금이나 같다고 선전하는 것은 나라에서 가짜 돈을 이용해 주민들이 갖고 있는 현금을 뽑아내려는 속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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