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해 북한을 떠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은 북한 경제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4일 지난해 탈북한 인원 1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부터 한 달 동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현재 북한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대답했습니다.
이같이 대답한 탈북민은 조사 대상 가운데 64%로, 지난해 조사 결과보다 1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북한 경제난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 2순위로는 노동당 지도부가 43%로 뒤를 이었습니다.
강채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북한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는 '최고영도자'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2순위는 당 지도부로 올해 큰 폭으로 올라갔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31%는 북한의 경제 악화가 ‘과도한 군사비’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라는 답변은 응답자의 8%정도에 그쳐 이 같은 인식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주변국들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남북 통일을 위해 협조를 구해야 할 주변국’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26%가 미국을 꼽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발전을 위해 협조를 구해야 할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중국에 이은 14%로 조사됐지만 이는 지난해 4%의 3배를 넘는 수치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미국의 필요성이 지난해보다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북관계가 나빠진다고 해도 계속 증가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정말로 북한의 발전에 미국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마당 등 북한 내 비공식 경제부문이 북한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도 재확인됐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장마당 등을 통한 비공식 소득으로 한 달에 60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탈북 전 북한 당국이 인정하는 직장에서 급여를 받았다고 밝힌 응답자 대부분은 한 달에 1달러가 채 안 되는 액수를 벌었다고 응답해 공식 소득과 비공식 소득 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월 소득으로는 60달러 정도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180달러에서 많게는 400달러 가까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응답자의 20%를 차지해, 시장경제 활성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경제가 안정됐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높게 보는 사람들도 많아져 기대소득도 양극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북한 당국의 배급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조사결과도 공개됐습니다.
의식주 가운데 의복의 경우 응답자 90%가 장마당에서 주로 구한다고 밝혔고 이중 73%는 중국산으로 조사됐습니다.
식생활 면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기를 섭취했다는 응답자가 60%를 넘었는데 연구진은 “경제제재 국면이지만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식료품 수입액이 증가해 식생활에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한국 문화를 접했다는 응답률은 지난해보다 상승한 반면 접해보지 못했다는 응답률은 지난 2012년 이래 10%대를 지켜온 것과는 달리 1%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한국 상품 사용 경험은 지난 2015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60%로 크게 반등했습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상품에 대한 주민들의 선호가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63%는 북한에서 손전화기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용도별로는 ‘장사 또는 사업’이 51%, ‘일상적 대화나 소식 주고받기’가 36%, ‘사진 촬영 등 오락용’이 12.5%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정보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컴퓨터 사용 경험자가 비경험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성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이 낮을수록 컴퓨터 이용 경험 비율이 높았고 50대 이상에서는 매우 낮아 세대 간 정보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해마다 전년도에 북한을 떠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사회변화와 주민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116명 가운데 여성은 75명, 남성은 41명으로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많은 가운데 30~5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의 탈북 전 최종 거주지는 국경 이탈이 용이한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가 75%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