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지폐 대신 발행한 돈표를 적극 이용하도록 조직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당국과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돈표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8일 "요즘 중앙에서 각 공장 기업소들에서 새로 발행한 돈표를 적극 이용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면서 "중앙에서 주민들이 돈표 사용을 꺼려하자 이 문제를 조직적인 사업으로 내밀고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8월부터 중앙은행이 지폐 대신 돈표를 발행해 각 도 소재지의 지방 은행을 통해 배포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주민들의 돈표 이용률이 아주 저조하다"면서 "주민들은 낡아빠져 끊어진 내화 지폐조각을 붙여 쓰는 한이 있더라도 새 돈표를 이용하는 것을 주저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주민 입장에서는 당국이 지폐를 찍어 낼 종이도 없고 지폐 발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종이쪽지에 불과한 돈표를 유통시키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돈표를 주고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당국이나 중앙은행이 화폐개혁 실패나 은행예금지급거절로 주민들에게 피해와 불신감을 안겨준 걸 생각하면 주민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돈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감이 커지자 당국에서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돈표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다"면서 "이달 들어 당국에서는 '중앙은행의 돈표 발행과 관련한 해설자료'를 대대적으로 포치하며 우선 각 기관,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에게 돈표 사용을 조직적으로 이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포치된 해설자료에는 '1. 중앙은행돈표의 지위와 기능, 2. 중앙은행돈표발행의 목적, 3. 중앙은행돈표의 리용(이용)질서 외에 위조 변조된 돈표나 가짜 돈표가 나돌지 않도록 주의를 돌리며 불순한 목적에 이용되거나 유언비어를 내돌리는 현상과 투쟁할 것을 강조하는 다섯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난 11월부터 공장 기업소들에서 종업원들의 로임을 돈표로 계산하도록 공식화했다"면서 "자발적인 방법으로는 돈표의 활용도를 끌어 올리지 못하게 되자 각 기관 조직별로 강압적인 원칙을 세워 실행하도록 밀어부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9일 "이달 들어 돈표발행과 관련한 중앙은행의 해설자료 포치사업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새 돈표에 일체의 불만을 가지지 말고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하라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화폐개혁 실패이후 주민들은 달러, 위안화, 유로화, 엔화에 이르기까지 외화만 화폐가치를 인정하는 실정이며 내화에 대한 불신감이 더 높아졌다"면서 "가뜩이나 조선 돈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있는데 여기에다 지폐 대신 돈표까지 찍어내니 주민들이 돈표를 어떻게 취급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당국에서 돈표 사용을 강압적으로 내밀면서 돈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면서 "돈표가 일상적인 화폐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면서도 일정 기간에만 류통(유통)되다가 중앙은행권과 1:1로 바꾸어 주는 임시통화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돈표는 수입 종이가 아닌 우리나라 종이로 만들었으므로 중앙은행권보다 질이 떨어져 조금만 사용해도 낡아서 훼손되기 쉽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모든 공민들은 중앙은행돈표는 존엄높은 우리 공화국의 국장이 새겨져 있는 국가의 상징물이고 나라의 귀중한 재산이며 자력갱생의 정신이 구현된 소중한 창조물임을 명심하고 애국의 마음으로 정히 다룰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지난 10월 25일 방송에서 북한당국이 재정난으로 지폐를 발행하는 대신 '돈표'를 인쇄해 현금과 같이 유통시키고 있다고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