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위원장이 밝힌 경제부문 첫 순위는 경제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입니다. 작년 신년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만 강조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공장 기업소의 책임관리제를 장려하면서도 국가의 통제는 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 방송(RFA)에서는 '2019년 북한의 시장경제 전망'을 세 차례에 나눠 기획 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기업책임관리제의 허와 실"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올해는 공장 간부 검열·교체 많을 것 같아’
북한이 시행하는 공장기업소 책임관리제 우수공장으로 이름난 평안남도 강철공장 지배인이 새해 들어 갑자기 보안서 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돈주에게 공장설비를 임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자재 조달과 생산, 판매까지 자체로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던 공장이어서 다른 공장 지배인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6일 “평안남도에 위치한 강철공장 지배인이 갑자기 시 보안서 경제감찰과로부터 공장장부(서류)를 가져오라는 통보를 받고 서류검열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검열 목적은 공장생산과 지출이 공장수익금과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새해부터 공장 서류를 검열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몇 년 동안 검찰이나 보위부, 보안서는 외화벌이회사의 사업규모나 힘이 커지면 비사검열을 구실로 운영책임자인 대표를 제거했지만 공장 지배인을 검열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면서 “국영공장들은 나라에서 원자재조차 공급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사법기관이 검열할 명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나오면서 공장 지배인은 개인자금을 끌어들여 공장을 살려내고 가동시켜 노동자 월급과 배급을 주도록 독자성을 부여 받았다”면서 “이에 평안남도 강철공장지배인도 파철을 장마당가격으로 사들여 철근을 생산, 판매하면서 국가 액상계획을 수행하고 공장을 살려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난해 중앙에서도 평안남도 강철공장이 자력갱생으로 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했다며 텔레비죤 방송에서 적극 선전하기도 했었다”면서 “강철공장노동자들도 정상적으로 월급과 배급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지배인을 일 잘하는 간부라며 좋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새해 들어 사법기관에서 왜 공장 문건을 까는(검열하는)놀음을 벌리는지 모르겠다”면서 “공장지배인이 장마당과 거래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소 당위원장보다 힘이 커지자 그를 제거하려는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모든 공장 간부들과 행정 간부들이 올해에 대대적인 간부사업이 있을 것으로 알고 불안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 국영공장 , 장마당과 직접 거래'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강철공장 지배인은 공장 운영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는데 개인 돈주에게 공장 전기와 설비를 임대하며 수익금을 받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직접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판매까지 장마당과 거래하고 있다”면서 “새해부터 공장운영은 활성화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철공장에서 생산에 필요한 파철을 장마당 가격으로 사겠다는 조건을 파철장사꾼에게 제시하자 장사꾼도 반기고 있다”면서 “공장과 거래하면 파철장사도 안정적으로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파철 한 톤의 가격은 내화 50만원, 한 키로는 내화 70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교수는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원만히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장기업소에 대한 중앙당의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회주의계획경제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강화해 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평양 기업소에서 고위간부로 일했던 한 탈북자는 “지금은 국가경제가 말이 아니다. 국영공장이 자력갱생한다며 너도나도 장사하고 있는데, 현재 공장 기업소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다. 지배인이 단독으로 공장을 운영하면서 생산을 책임진 기사장이 할 일이 없어졌다. 북한경제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가 원칙이다. 시장경제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당국은 지배인의 독자성을 언제까지 허용하진 않는다. 올해 신년사를 보면 기업체들의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계획경제시스템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당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제한적인 시장경제 도입을 시도하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국영기업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