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위원장이 밝힌 경제부문 첫 순위는 경제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입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대외무역이 침체된 가운데 당과 군 소속 무역회사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정 무역기관에만 집중적으로 특혜를 주는 북한의 무역'와크'제도 때문인데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는 '2019년 북한의 시장경제 전망'을 세 차례에 나눠 기획 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 째로 '특권으로 점철된 무역와크제도'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권력층 와크 독점에 불만 증가’
저희 RFA가 최근 입수한 중국 회사의 대북 수출계약서를 보면 대북제재 품목인 설비와 장비, 철판 등에 관한 수출 수량과 가격 등이 상세히 표기되어 있습니다. 김정은의 4차 방중 이후 당, 군 소속 무역회사들이 갑자기 힘을 내 중국과 수출입계약을 활발히 맺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중국 대련에 주재하는 북한의 한 무역대표는 11일 “새해부터 갑자기 최고존엄(김정은)의 중국방문에 힘입은 것인지 중국무역회사들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면서 “지금까지 고자세를 유지하던 중국수출입유한공사에서 먼저 우리 무역대표부에 무역사업을 토론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대련주재 조선무역대표들은 광산개발에 필요한 철판과 기계설비를 대량으로 확보에 조국에 보내라는 평양본사의 지시를 받고 중국현지에서 바쁘게 뛰어 다녔다”면서 “무역거래를 하려면 먼저 중국회사와 상품수량과 대금지불방식 등을 협의하고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데 중국회사에서 시간이 없다는 구실로 만나주지 않아 무역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아 중국 측에서도 조선과의 무역을 지속하면 불이익이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는 밀무역 거래에만 응해왔다”면서 “그런데 최고존엄이 중국에 다녀간 후 분위기가 반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난해에 이어 네 번 째로 진행된 조중수뇌회담에서 조-중무역환경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오늘 대련에 주재하는 조선무역대표들이 중국수출입유한공사의 초청으로 무역사업을 토의했는데 중국측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지금까지 미뤄졌던 무역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등 공식무역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양국 무역회사들이 사인한 무역수출계약서를 보면 조선에서 광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철판, 베아링, 벨트, 착암기 등 광산개발용 설비와 자재들을 수입하는 것이 골자”라면서 “대북제재 품목들이 공식 무역품목으로 합의가 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밀무역에 비해 공식무역의 장점은 수출입상품의 품질과 수량을 각국의 검사기관에서 보증하고 책임질 뿐 아니라 상품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 지연되는 시간당 벌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면서 “이 밖에도 계약서 내용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각국 무역당사자는 국제무역중재기관에 제소해 무역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 무역 와크 장사 성행 '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조선에서 석탄과 광물, 약초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철판, 설비 등을 수입하는 무역쩨마(무역아이템)는 외화를 크게 벌어들일 수 있어 조선에서는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사업”이라면서 “이런 무역거래를 하려면 중앙에서 발행한 무역와크를 확보해야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중앙에서는 일년 간 무역 총량과 품목들을 계획하고 무역회사들에 무역와크를 배분하고 있다”면서 “수익성이 높은 품목의 무역와크는 당 소속 무역회사들과 군자금을 마련하는 군 소속 강성무역회사 등에 70% 이상 배정함으로써 체제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국경사령부 소속 '은파산 회사' 사장이었던 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
탈북자 녹음: “와크를 받으려면 김정일의 승낙(허가) 받아야 하는데요. 김정일이 300만명의 당원과 100만명의 인민군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당, 군 소속 무역회사가 힘이 쎗어요. 국경사령부 ‘은파산회사’가 윰괘 200톤을 수출하는 와크를 받았는데 200톤 혼자 못하잖아요. 한 50톤 주면서 해라 와크 임대해주고 10%는 나라에 바치고 20%는 우리가 먹었죠.”
평안북도 소식통은 “무역 와크를 독점한 당과 군 무역회사들 때문에 지금 인민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내각 무역성 소속인 각 도 무역국은 경쟁에서 밀려나 인민생활을 위한 지방재정자금을 해결하지 못해 주민들의 생활은 날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해마다 1월이 되면 당과 군 소속 무역회사 간부들의 와크장사가 성행한다”면서 “당과 군 소속 무역간부들은 와크가 없어 무역거래를 하지 못하는 외화벌이회사, 지방 무역기관에 와크를 임대해주고 무역거래로 발생한 이익의 30%를 받아내면서 이중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수 십 년째 이들 특권층 간부들은 무역와크 장사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무역와크를 당과 군무역회사에만 집중 배분하는 당중앙(김정은)의 처사가 문제”라면서 “무역와크를 얼마나 많이 배분 받았는가에 따라 권력의 실세로 인정받기 때문에 인민경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양무역회사 사장이었던 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
탈북자 녹음: “옛날에는 무역을 무역성에서 했어요. 무역성 안에 화학공업관리국, 유색금색국, 등 종합적으로 무역성이 다했는데 군대가 들어오면서 무역성이 할 걸 다 빼앗아 무역성 역할이 약해진거에요. 이게 어머어마하게 인민경제에 악영향을 주었어요. “
북한당국은 무역와크 제도를 당과 군대의 핵심간부들에 대한 특권으로 삼아 간부들의 체제수호 의지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국가재정이 고갈되어 일반 주민들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서 무역와크제도는 당과 군대 내 특권층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새해 신년사에서 인민경제 향상을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이 무역 분야의 고질적 병폐인 무역와크제도를 어떻게 손볼지 앞으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