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가스화’ 북 탄소하나공장, 제2의 순천비날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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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탄소하나(C1)화학공업이 기술개발 지연으로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미 건설 중인 공장도 완공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은 2016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이 7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자력갱생의 핵심 과제입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의 창설을 위해 김 위원장은 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계획(2016-2020) 기간에 탄소하나공장 건설을 완공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2017년 5월, 북한은 기존의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카바이드공장 부지에 탄소하나공장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언론들도 탄소하나공장 건설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월, 8차 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북한은 탄소하나공장 건설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8차 당대회 이후에도 북한은 탄소하나공장 건설 소식을 자주 보도했는데, 올해 2월에는 이과대학 함흥분교 화학공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금속산화물 촉매를 국산화하고, 포르말린 생산을 공업화 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며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에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탄소하나공장 건설 소식은 갈수록 뜸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탄소하나화학공업 부진에 북한의 과학자들이 "자아비판"을 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관련기사)

양강도 과학기술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순천비날론이 중간 공정 시험을 거치지 않고 공장부터 건설했다가 쓰디 쓴 실패를 경험했는데 그 자리에 짓는 탄소하나공장 역시 중간 시험 없이 건설부터 앞세웠다가 또 실패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우리나라(북한)에 흔한 석탄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하겠다는 거창한 사업”이라며 “석탄가스화를 통해 인조 석유를 만들어 내고, 인조 석유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비롯한 연료와 여러가지 화학제품 원료들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의 한해 석탄수출량이 3천8백만톤 가량인데 이를 전부 가스화 하면 휘발유와 화학제품 원료들을 얼마든지 자급자족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앙의 설명”이라며 “이러한 타산에 기초해 2017년부터 석탄가스화를 위한 탄소하나공장 건설을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석탄가스화 기술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탄소하나공장부터 건설하다 보니 설계를 자주 변경하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해 2021년부터 시작된 중류탑 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편 양강도 임업연구기관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2일 “중앙에서 5월 중순부터 탄소하나 연구기관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며 “국가과학원 함흥화학분원과 2.8 비날론,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서 탄소하나 연구실적을 놓고 사상투쟁회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상투쟁회의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실적 부실로 비판 무대에 올랐다”며 “탄소하나화학을 국가의 핵심 목표로 제시한 때로부터 10년이 가까워 오는데 아직도 탄소하나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실태조사를 나온 중앙 간부들의 탄식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탄소하나화학은 석탄가스화를 통해 얻어진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해 탄화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과정”이라며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대량으로 얻으려면 적절한 촉매가 필요한데 촉매 연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해 탄화수소를 생산하는 과정과 탄화수소에서 메틸알코올(메탄올)과 인조석유를 얻는 과정에도 각각의 촉매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필요한 촉매제로 금속산화물과 금속황화물 수백 가지를 연구했지만 적절한 물질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필요한 촉매를 찾지 못하면서 연간 30만톤의 메틸알코올을 생산한다던 탄소하나공장 건설마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며 “현재 탄소하나공장은 내부 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벽체와 지붕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있다”고 소식통은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촉매 연구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공장건설을 강요한 것이 잘못”이라며 “그럼에도 탄소하나공업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하고, 탄소하나공장이 ‘제2의 순천비날론’ 꼴이 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니 애꿎은 과학자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형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